동아대학교 - 열린미래 꿈이있는 대학

이국환
문예창작학과 교수

지역신문이 위기라고 할 때, 위기의 진원지는 '지역'과 '신문' 중 어디일까. 신문의 위기는 이종 매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발생하기에 중앙지들은 이미 종합편성채널로 플랫폼을 다양화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자본 경쟁에서 밀리는 지역신문은 신문의 위기와 지역의 불리함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한편으론 지역신문 위기의 원인으로 중앙집권적 사회 구조 못지않게 지역신문 간의 과도한 경쟁을 꼽는 연구도 있다. 1987년 6·29선언 이후 언론기본법이 폐지되면서 1도(道) 1사(社)의 원칙이 무너지며 지역 기반 신문사가 급격히 증가했다. 양적 증가가 질적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분석이 특정 지역에 유효할지라도 부산지역 인구 규모나 재정 자립도, 지역 신문의 수준 등을 고려할 때 현재 국제신문과 부산일보로 양분한 부산의 신문 경쟁은 적정하다고 봐진다.

  하지만 지역 광고 시장이 취약해 지역신문의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신문사의 재정 상태가 건전하지 않으면 지방자치에 대한 견제는 물론, 자본화된 권력과도 맞설 수 없다. 독자 감소는 광고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경영 악화는 신문의 상품성 상실을 가져와 결국 독자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지역신문이 다양한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새로운 구독자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방면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종이신문이라는 전통적인 매체를 선호하는 독자의 열독률을 유지해야 한다.

  지역 구독자에게 매력적인 상품을 만드는 방법밖에는 해결책이 없다. 중앙지와 경쟁을 위해 탈지역화를 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중앙지도 결국 수도권 독자층을 겨냥한다. 따라서 지역 및 생활밀착형 기사를 발굴하는 것이 해법이다. 보도 자료에 의존하기보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세대에 따른 특화 전략도 필요하다. 국제신문은 중고생 지면을 마련하고 있다. 7월 16일 자 '30도 육박한 교실, 공부보다 짜증이 먼저'와 같이 고교생의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기사 발굴이나, '윤리적 소비 배우니 함부로 돈 못 쓰겠어요'처럼 청소년 소비 형태의 문제점을 지적한 학생 기자의 글은 반길 만하다. 7월 9일 자 기자수첩 '학교·사회 밝게 하는 솔선수범'은 고교생의 오피니언을 잘 담아냈다. 아쉬운 점은 필자가 중고생이라 해도 글에서 사유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생 기자의 시각을 존중하되 전문기자의 도움을 받아 더 깊이 있고 정연한 글이 많았으면 한다. 이런 지면은 지역 청소년을 위한 글쓰기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미래 독자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으로 청소년 지면에서 나아가 어린이, 청년 세대 지면을 특화했으면 한다.

  독자 투고를 활성화하여 지역 독자들과 친밀감을 형성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국제신문의 '사람&이야기' 면은 독자의 참여로 만들어진다. 각종 행사, 모임 등 소식을 전하는 이 면을 읽을거리 풍성한 독자 공간으로 확대했으면 한다. 독자 참여 주제도 '나의 건배사'처럼 필자 층을 한정하기보다 여름이면 '피서', 가을이면 '내 인생의 책'처럼 계절 특성에 맞추거나 아예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나의 미래' 등의 주제를 택해 어린이 참여를 강화했으면 한다. 7월 11일 자 사설에서 밝혔듯 학령인구의 감소가 심각하다. 부산지역 초등학생 수가 불과 10여 년 만에 반으로 줄었다. 앞서 부산지역 인구 규모로 볼 때 부산에서 두 일간지의 공존이 적정하다고 했지만 지금 초·중학생들이 구독자가 될 시기에는 지역신문의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 미래 독자에 대한 배려가 가장 효율적인 전략임을 상기했으면 한다.

  단순히 보는 자와 깊이 읽는 자는 다르다. 신문을 읽는 시민이 정치지식과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으며, 이러한 의식 덕분에 선거에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지역민을 만나 그들의 소리를 듣고 전하며 지역의 미래 세대를 포용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지역자치 기반의 민주주의는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으며, 국제신문도 건강한 언론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