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올해 7월 27일로 정전협정을 체결한 지 60주년이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는 정전을 선언한 직후 최빈개도국으로 분류되었다. 35년간 일제에 의한 식민 수탈을 겪고, 5년 만에 다시 동존 상잔의 전쟁이 발발하여 3년여간 국토 거의 대부분이 전장이 되었으니 변변한 기반시설이나 물자가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정전 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식량과 생필품의 원조를 받았던 한국은 이미 2010년 국제원조 관련 중심조직인 OECD DAC 가입국이 되었다. 아직 신흥공여국으로서 원조의 규모나 정책적 다양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은 있으나, 한국이 어엿한 공여국의 지위에 오른 성과를 폄하할 수는 없다. 전쟁 직후 강대국의 식량 원조에 기대어 경제를 꾸려 나가던 비참한 상황에서 오늘날 산업 전반이 발전한 경제 강국이 된 것이다. 오륙십 년 전까지 원조 물자가 도착하던 부산항은 이제 원조 물자가 나가는 출발지가 되었으며, 다양한 개발원조 분야의 콘텐츠를 개발하는 국가로 우리의 입지는 변화하였다.

이는 단순한 경제발전의 의미를 넘어선다. 우리나라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수원국의 지위를 극복하고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개발원조가 각 국가 외교정책의 주요 분야로 인식되고 있는 현재, 이와 같은 국가지위 변화의 상징적 의미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최근 동남아와 아프리카 국가들 중 한국형 경제성장 과정을 배우기 위해 기술 및 제도의 공여를 요청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한국의 국가발전기, 농업 및 농촌개발 경험의 성공적 정책사례로 평가받아온 새마을운동 역시 근래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새마을운동은 근면, 자조, 협동을 기본이념으로 정신적 측면을 강조하며 공동체 가치관을 확립하여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이미 캄보디아, 라오스, 네팔 등 다수 국가에서 새마을운동 시범사업이 진행 중에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만이 보유한 역경 극복의 사례, 역사적 배경은 다양한 융복합 정책으로 개발이 가능하다. 우선 청소년 교육 분야에서 통일교육과 국제개발협력 분야 교육을 복합하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청소년 대상 설문조사에서 '한국전쟁이 북침에 의해 발발했다'고 대답한 비율이 70%에 달한다는 기사를 보고 놀란 일이 있다. 역사교육의 부재, 청소년의 역사인식 부재 등 다양한 원인을 탓할 수 있겠으나, 통일교육이라는 딱딱한 방식을 변화시킬 필요도 있겠다. 통일교육과 국제개발협력 분야의 융합 교육 및 토론을 통해 역사 인식을 키워야 한다.

나아가 통일 이후 사회통합을 위한 정책은 반드시 국제개발협력의 세부 과제에서 착안할 수밖에 없다. 대외 공적개발원조 분야에서도 6·25 전쟁 이후 한국의 상황과 발전과정에 관한 역사적 배경이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6·25전쟁과 이후 경제발전 과정을 강조한 국제개발협력은 현재 한반도 상황의 대외 인식을 제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어엿한 중견 국가가 된 한국형 발전에 관한 제도 공여는 최빈개도국 지위를 벗어나고자 하는 국가 지도자에게 매력적인 벤치마킹 대상이라 하겠다.

이와 같이 통일교육과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의 새로운 융복합 콘텐츠 개발은 대학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의 정책적·학제적 제안과 더불어 젊은 세대의 참여, 지역사회의 지원이 다각적으로 진행될 때 진정으로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고 미래창조형 가치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6·25전쟁의 상처와 정전협정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기 위해 언론에서는 특별했던 전쟁에 관한 보도, 전사자 유해 발굴 보도, 이산가족 현황이나 아픔 등의 보도가 집중된다. 경험에 의한 기억, 아픔에 관한 기억이다 보니 젊은 세대에게 전쟁과 분단은 점점 먼 기억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전쟁은 종전되지 않은 채 유지되어 온 까닭에, 정전협정은 현재까지 평화 정착에 관한 기념이 되지 못했다. 아픔의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전쟁을 밝은 곳으로 이끌어 와 국가발전 정책과 청년 교육, 사회통합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제신문 [시사프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