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구조조정을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과거 MB 정부에서는 전국의 대학을 여러 분야의 지표로 상대평가해 하위권 대학에게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제한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현 정부에서도 그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평가의 중요한 지표 중 하나인 대학의 취업률을 둘러싼 공방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표를 통한 대학 평가와 관련해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기존의 취업률 산정방식과 현 대학 평가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먼저 이들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그 개선책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취업률은 당해 연도 취업대상자 중 취업통계 기준일인 6월 1일자로 건강보험 DB에 가입된 취업자 수로 산정하는데 각 대학들이 6월 1일 이전에 익년도 8월 졸업자와 당해 연도 2월 졸업자의 취업률 제고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비록 평가지표 중 취업률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의 경우는 20%였고, 올해의 경우는 15%로 공고하고 있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대학별 변별력이 가장 많은 지표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 대학들이 매년 취업률에 ‘올인’하고 있다. 취업률을 포함한 다른 평가 지표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아 전국의 대학 중 하위 15%에 속하는 대학들은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분류되고, 이들 중 몇 개의 지표에서 절대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는 다시 학자금 대출 제한대학으로 포함된다.

대학이 낮은 지표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면 입시 등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학교 이미지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실추되기 때문에 학교 운영의 어려움은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 변별력이 높은 취업률에 있어 비교 우위를 위해 적지 않은 수의 대학들이 취업률을 허위로 혹은 과장해 공시한다. 이러한 취업률의 뻥튀기 주요 유형을 살펴보면 교직원의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허위로 취업시키고 학과 실습비로 4대 보험료를 대납하거나 이들 업체에 비상근으로 취업시키고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기 등이다. 이러한 편법적 취업은 취업통계 취합 기준 일에 취업률을 표면상 극대화시켜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아 하위 15%에서 탈피할 목적으로 다수의 대학들 사이에 성행하고 있다.

물론 정부도 이런 편법적인 취업률 공시를 인지하고 감사를 벌이거나 6월 1일자 취업률 공시 이후 3개월, 6개월 뒤에도 기 취업자가 취업을 유지하고 있는 지를 조사해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올해 평가에서는 교내 취업률을 3%이내에서만 인정해 주는 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조치들이 취업률 부풀리기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현 취업률 산정방식은 각 대학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정량적인 평가이기에 처음부터 유·불리한 대학으로 양분되기 때문이다. 즉, 예·체능 계열의 학생이 많은 대학, 정원이 많아 취업대상자가 많은 대학, 비교적 취업률이 미진한 순수 인문계열 학생이 많은 대학은 전체적으로 취업률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과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의 재정구조의 차이점을 고려할 때 전국의 대학을 동일한 잣대로 상대 비교해 하위 15%를 묶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생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0여개의 4년제 대학이 있다. 그리고 조만간 학령인구보다 대학입학 정원이 더 많은 시대가 된다. 그래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부실한 대학을 정리하고 일정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대학의 구조를 개선하고 입학정원을 감축시켜 경량화와 내실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대학의 양적인 팽창은 과거 정부가 무분별하게 대학 설립을 승인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과거 정부의 정책 판단 실수로 생긴 문제를 대학에게 해결하라는 압박을 이전 정부에 이어 현 정부도 가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정부의 일자리 창출은 제자리걸음인데 취업률 중심으로 대학을 서열화하고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여력이 없는 대학들이 자포자기를 하지 않는 이상 취업률을 부풀려 생명을 이어갈 수밖에 없도록 내몰고 있다. 따라서 대학의 구조조정은 대학만의 책임이라 할 수 없다.

정부는 위에서 살펴본 대학 취업률 산정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학의 특성을 고려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을 분리하고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을 구분해 각 유형에 속하는 대학을 평가하는 방식 등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방 정부뿐 아니라 대기업이나 공기업도 법이 용인하는 범위 내에서 지방대학 출신의 대졸자를 우선 채용하거나 이것이 불가능할 경우 최소한 홀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러한 특단의 조치는 취업률에 관한 지방대학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나아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대 육성과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