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회 정무위가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통과시킨 논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국정조사와 검찰 수사에서 감독 당국의 책임이 밝혀졌으므로 예금보험공사가 피해자 구제를 위한 보상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맞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를 감독 당국이 수수방관했고, 금융감독원 출신을 저축은행 임원으로 앉히는 등 잘못된 유착 관계를 통해 저축은행 부실을 키웠으므로 피해자 손해에 대하여 부실 저축은행과 공동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사고 예방과 감독을 제대로 못 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별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국회 정무위는 정부의 재해 방지 시설 관리 잘못을 비슷한 경우로 들었다. 둑이나 배수 시설 관리를 잘못해서 자연재해로 수재민의 손해가 늘어났다면 정부가 배상해야 하듯이, 금융기관 감독 당국의 잘못으로 서민 예금자의 피해가 늘어났기에 정부에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비유이다. 폭우로 홍수가 났을 때 빗물 처리 시설 하자나 제방 관리 부실로 주거 지역의 집이 피해를 본다면 정부에 대해 법정 복구비 외에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집을 지을 수 없는 논이나 밭에 집을 지었다가 잃은 수재민은 집의 손해가 아무리 막대해도 정부에 시설물 관리 잘못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토지의 불법 이용에 대해서는 복구비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

예금 보험 사고 발생 때 어떤 경우에도 정부는 동일 금융기관별 예금주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하고, 후순위채권은 너무 위험하기 때문에 한 푼도 보호할 수 없다는 원칙이 10년 넘게 잘 지켜져 왔다. 물론 예금자보호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행위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해당 금융기관이 망했을 때 5000만원 초과 예금자나 후순위채권자는 금융기관의 파산 재단에서 배상받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회 정무위가 토지를 적법하게 이용하다가 재해를 당한 피해자와 정부가 일관되게 보호하지 않는다고 공언해 온 금융 상품에 가입한 예금자를 동일시하는 잘못을 저지름으로써 이런 원칙이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특별법안이 보호하려는 저축은행 피해자를 위한 구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금융감독원 직원과 부실 저축은행의 비리 관계가 밝혀지고 있으므로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사용자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서 저축은행에서 뇌물을 받은 금융감독원 직원의 검사 결과를 믿고 5000만원 넘게 예금하거나 후순위채권을 샀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된다.

이런 소송 구제가 특별법 구제와 다른 점은 첫째, 소송 구제는 은행·증권·보험회사 고객에게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둘째, 금융감독원장의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면 금융감독원의 부담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하므로 향후 감독 당국의 도덕적 해이를 확실하게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예금자보호법상 보호받지 못하는 금융 상품의 예금자나 투자자가 구제받는 과정에서 고수익 금융 상품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회가 정말 서민 예금자를 생각한다면, 경제적 부담은 국민이 지고 몇몇 정치인만 생색내는 특별법안이 아니라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가 금융 감독 당국을 상대로 제기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