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부산의 상권은 광복동과 남포동, 국제시장을 아우르는 원도심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산의 발전이 지역적으로 팽창하면서 부산상권이 광역화·다변화하기 시작하였고, 동쪽으로는 광안리·해운대, 서쪽으로는 사하, 북동쪽으로는 서면·연산동·동래, 북쪽으로는 사상·구포 등으로 분화했다. 그런 과정에서 부산의 중심이었던 원도심 상권은 어느덧 퇴보했고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상권 발전 최대장애 주차난 해소 급선무
그러나 최근 부산의 일번지로 불리던 광복로가 이름 그대로 빛을 되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올 9월의 유동인구가 하루 60만 명으로 2년 전 45만 명에 비해 3분의 1이나 늘었고 1년 사이 매출이 30~40% 증가했다. 지역상권이 생기를 띠면서 광복동과 남포동으로 대변되는 부산의 원도심이 제2의 르네상스를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원도심의 부활은 2009년 말 롯데백화점 광복점 개점을 시작으로 서울~부산 KTX 완전개통, 거가대로 준공으로 불을 지폈고 광복로 시범가로 조성사업, 자갈치 축제, 크리스마스 축제 등의 문화관광 사업이 시너지 효과를 가속화시켰다. 또한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의 이전도 젊은이들의 원도심 유입에 한몫을 거들었다.
원도심 유입은 편리한 접근성과 더불어 살 거리,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 놀 거리 등이 얼마나 풍부하냐에 달려 있다. 원도심을 찾는 시민의 접근성은 북항대교와 천마산 터널, 영도대교 등의 인프라가 완성되면 거의 해결된다. 이는 차량으로 30분이면 부산 어디서든지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에 주차를 해야 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원도심 주차면수는 인근 지역을 다 합쳐도 1천 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러한 시설로 앞으로 늘어나는 방문객들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도심 상권 발전의 가장 큰 장애요소인 주차난 해소책은 15년여 전부터 필자가 주장해 온 용두산 지하 교차로와 주차장 건설이다. 용두산은 동쪽으로는 중앙동, 서쪽으로는 창선동과 신창동, 남쪽으로는 광복동과 남포동, 북쪽으로는 대청동과 동광동을 끼고 있는 원도심 중앙에 있다. 동서남북 각 4차로의 진입로를 만들어 교차시키고 중앙에 원형 돔식의 주차장을 만들면 소통과 주차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주차장의 수용능력은 교차로 네 군데에 500대씩 최소한도 2천 면 이상이 돼야 한다.
주차를 하고 난 후 트롤리카를 이용해 목적지를 가는 것도 방문객들에게는 즐거움의 하나가 될 것이다. 중앙 주차장에서 네 방면의 트롤리카는 목적지 접근에 이용될 뿐만 아니라 원도심투어의 '탈거리'로 동시 이용해도 좋을 것이다. 순환 트롤리카를 타고 광복로 로드숍뿐만 아니라 영도다리, 자갈치 시장, 국제시장, 깡통시장, 부평동 전통시장, 보수동 책방 골목, 신창동 케네디시장, 용두산공원 등에 자유로이 접근하면서 쇼핑과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이와 같은 장소들은 현대적 시장과 전통시장이 상존하기 때문에 더욱 더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용두산 공원 방문객을 위해 지하돔에서 공원으로 바로 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시설을 겸비하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에든버러 축제 같은 '광복로 페스티벌' 신설도
한편 즐길 거리에서의 지속가능 방안은 기존의 문화 창작 공간 '또따또가'의 내실화와 자갈치 축제, 크리스마스 축제, 보수동 책방 골목 축제 등의 지역 축제를 더욱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옛 미화당 백화점 앞 삼거리 옥외무대에서의 한여름밤 축제는 어떨까. 영국 에든버러 축제와 같은 '광복로 페스티벌'은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3주 동안 매일 저녁 2시간 정도 음악 무용 연극 마술 기예 등 다양한 예술분야의 퍼포먼스를 포함해야 한다. 물론 전문가도 초청하지만 수준 있는 아마추어의 무대 공연도 환영해야 한다. 이 페스티벌을 통해 아마추어들의 프로 등용문 역할을 하는 것도 한 가지 방안일 수 있다. 한여름밤 외래 방문객들과 시민들의 원도심 나들이를 재촉하는, 추억에 남는 즐길 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도심은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좋은 방문지임에 틀림없다. 특히 피난시절을 경험한 60대 이상의 시니어들은 추억과 낭만의 장소에 반드시 들러 보고 싶어 한다. 부산시와 중구청 그리고 관련지역 상인들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하는 원도심 상권발전의 핵인 용두산 지하주차장 문제를 반드시 실현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