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 정부는 자본시장 인프라 개혁 명분으로 대체거래시스템(Alternative Trading System: 이하 ATS)과 복수거래소 도입을 위한 입법예고를 했다. 그 내용은 과히 위협적인 것으로서 부산금융중심지 전략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임에도 아직 부산지역 사회에서 별 반향이 없다.

법 개정안의 핵심이 복수거래소를 서울에도 세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며, 거래소 설립이 국회의 법정주의에서 정부의 허가주의로 기본체제가 바뀌는 것인데 금융당국이 ATS에만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부산금융중심지를 뒤흔들 수 있는 복수거래소 제도는 결과적으로 은폐되어 법 개정안이 별 문제 없는 것으로 언듯 비춰지고 있다. 법 개정도 괜찮다는 입장은 ATS란 새끼줄에 거래소란 황소가 매어 있는데도 새끼줄만 보고 이번 ATS에는 파생상품이 적용되지 않으니 KRX주식 점유율의 일부가 잠식되는 정도라면 수용할 수도 있다는 식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생각은 현행법 탄생 배경과 사안의 본질을 비켜나가는 시각이다. 현행법 아래서 거래소는 KRX에 배타적 독점권을 부여하였는데 이것은 2003년 통합 논란 시 부산과 서울 간의 극심한 대립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제정된 법률체계이다. 따라서 부산 말고 서울에 또 하나의 거래소를 세우려는 시도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고 굳이 하려면 법 체계를 바꾸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ATS란 새끼줄에 황소 같이 견고한 복수거래소 금지를 담은 현 법 체계가 무너질 형국이 되었다. 경쟁은 필요하고 보편적인 경제논리이지만 공생발전을 무시한 승자독식적인 경쟁관행은 시장실패로 결국 국가경제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음을 지금 우리는 목도하고 있지 않는가?

정부당국은 ATS 탄생 배경을 잘 살펴 일부 외국사례를 무조건 추종하는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ATS는 규제완화가 규범이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주식 대량 주문 시 발생하는 시장충격과 정보유출을 최소화하고 짧은 시간에 수만번 거래하는 고빈도거래(high frequency trading)를 위한 것이었으나 ATS도입 이후 반복되는 순간 폭락 장세를 일으켜 외국에서는 지금 규제의 목소리가 높다. 그렇지 않아도 개방도가 세계 최고로 외국인들의 놀이터가 된 것이 국내자본시장인데 ATS의 도입은 시장교란을 더욱 증폭시켜 국가경제와 개인투자가들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복수거래소로의 빗장을 열게 될 ATS가 논의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부산지역사회의 의견수렴 없이 입법예고한 것은 졸속으로 흐를 수 있고 부산으로서는 지난 15년간 파생금융에 특화시키려고 했던 투쟁과 노력이 헛수고가 될 판이다. 법안에 의하면 1천억 원의 자본으로 복수거래소 설립이 가능한데 KRX 연순이익이 3천억 원 가량이니 새로운 종합거래소가 설립되면 투자원본은 조기에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거래소산업은 매력적이어서 빗장이 열리면 서울에 또 하나의 거래소가 생기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여태까지는 부산 시민단체가 문제제기하면 부산 국회의원들이 의정활동과 국정감사에서의 미흡한 KRX의 부산화를 견인했는데 복수거래소 체제가 되면 이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아 그나마 부산 손안에 든 KRX를 놓칠 수 있다. 거래소에는 좋을는지 모르지만 부산 입장에서 ATS는 한 모퉁이가 날아가고 더욱 복수거래소는 몽땅 잃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부산금융중심지 전략은 접어야 할지 모른다. 이제 부산지역사회 특히 부산 국회의원들은 ATS를 고리로 하는 복수거래소 허용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여 한국자본시장과 부산금융중심지가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