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세계에서 필요악 중의 하나가 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돈은 우리의 일상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이를 잘못 이용하면 독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돈은 어떤 사람에게는 생존을 위한 것이므로 없으면 생명을 유지하기가 곤란해지게 되지만, 또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란 자신의 과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거의 대부분이 다른 사람을 피눈물 나게 하거나 국가사회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치게 한다.

우리사회에서 공직자의 비리를 비롯한 기업인과 기업종사자들의 부정행위 등 공정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돈과 관련된 부정, 비리 , 갈취, 사기 , 배임, 폭행, 강도 등의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금번 저축은행의 비리는 공과 사의 영역 없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충격적인 사건이다. 저축은행 임직원은 물론 금융감독원, 감사원, 국세청,국회의원, 전·현직 정부인사까지도 망라된,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힘있고 가진자들의 희대의 사기극이라 할 수 있다.

약자가 허기를 때우기 위해 빵 한 개라도 훔치면 바로 파출소로 끌려가는 판에 이번 저축은행의 비리에서는 최하 몇 백만 원 단위이고 몇 억 단위는 그야말로 어린애 과자값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힘 있는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도 있고, 다른 눈치는 안 본다는 검찰도 있고, 감사원도 독립기구로 버젓이 존재하고 있고, 국회의원의 국정감사권도 분명히 헌법에 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부산저축은행의 5천만 원 초과예금자 2만7천여 명과 후순위채 매입자 채권자 3천900여 명 등 총 3만여 명이 심한 속앓이를 하고 있고, 이중 일부는 아직까지 피눈물을 흘리면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힘 없는 약자에게 이렇게 계속해서 고통을 주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어진다. 목욕탕 때밀이를 하면서 우측마비, 언어장애, 3급질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남편과 대학생 2명을 뒷바라지하며 열심히 살던 한 주부는 평생 모은 돈으로 후순위채를 샀다가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어 삶의 희망을 완전히 잃고 한숨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한 부산저축은행 측이 영업정지를 앞두고 대주주 관련 고객이나 VIP 예금주에게만 부당인출의 기회를 제공해 인출하였지만, 자갈치시장에서 생선을 팔아 한푼 두푼 모아 5천만 원 이상의 예금을 맡겼다가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게 된 우리의 보통서민은 물론 이와 유사한 서민예금주와 부산시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근의 조사에서 저축은행 피해자의 71%가 월소득 150만 원 이하이며 60세 이상의 고령층이라고 한다. 또한 피해자 10명 중 6명이 파출부, 목욕탕 때밀이, 일용직 노동자 등 3D 업종의 종사자 또는 무직이라고 한다. 이처럼 늙고 힘 없는 가난에 찌들린 서민들이다.

가진자들이여 그리고 힘 있는 자들이여! 그대들의 과욕에 찬 억대의 놀음에 배고픔과 육체적 고통을 참고 피나는 노력으로 절약 또 절약하여 백 원, 천 원 단위로 모은 서민들의 피 같은 돈이 이용되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아는가. 그 많은 돈을 당대에 다 쓰고 갈 것인가. 다 쓰지도 못할 돈 왜 그리 긁어 모으는가. 그대들이 그 냄새 고약한 돈을 아무런 노력없이 착복했을 때 이 돈이 과연 어떤 돈인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이 돈이 서민들의 피땀 흘린 애환과 탄식의 돈인줄 진정 몰랐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