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부민동에 있는 동아대학교박물관은 정면성과 반듯한 좌우대칭의 평면성이 강조된 2층 붉은 벽돌 건물로서 위압적인 일제기의 건축적 특징을 보이는 건물이다. 외관만으로는 박물관 보다는 관청 같은 분위기가 강한데, 사실 박물관의 전신은 1925년 일제기에 지어진 경남도청이다.

그 후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약 2년 동안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로 사용되었고 마지막에는 부산지방법원과 검찰청 본관으로 사용되었다. 비슷한 성격의 건물이 서울에도 있었다.

중앙청으로 널리 알려진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에 있었던 조선총독부 건물이다. 조선총독부는 중앙행정부서를 거쳐 1995년 8․15 광복 50주년을 맡아 철거되기 전까지 약 10년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사용되었다.

조선총독부와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 두 건물은 모두 근대기에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의 수도정부청사였던 점에서 공통점을 보이며 마지막은 박물관으로 활용된 점도 같다. 그러나 현재 조선총독부 건물은 일제 침략의 상징적 건물이라는 이유로 철거되었다.

반면 부산임시수도정부청사는 박물관이라는 기능을 가지면서 2002년 등록문화재 제41호로 지정되어 일제 침략의 상징적 건물로 남아 있다.

현재 문화재가 된 부산임시청사는 부산시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동아대학교박물관으로 “문화재 속의 문화재”를 보는 중요 명소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공개강좌, 수요문화영상, 체험학습 프로그햄 등 시민들과의 소통을 즐기는 박물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박물관의 옆에는 일제기에 부산시민들이 탔던 전차가 곧 일반 공개를 앞두고 있다. 부산임시수도청사를 보고 대한민국 임시수도 기념거리를 투어하면서 전차에도 탑승해 보는 거리 문화축제도 열릴 예정이다.

2011. 5. 20.  새마을 신문 기고

 앞 뒤로 움직이며 부산 도심을 달리던 옛날 전차를 아직도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앞과 뒤가 똑같은 모습에 전기줄에 의해 움직이는 전차는 부산에서 1968년 5월 19일 마지막으로 운행이 정지되었다. 현재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의 교차로에는 길이 14m에 높이 3.2m의 전차 한 대가 도색을 막 끝내고 말끔하게 단장한 채 곧 일반 공개를 앞두고 있다. 당시 부산에서 운행되었던 미국산 전차이다.

 1952년과 1956년 우리나라는 미국산 전차 93대를 애틀란타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수입하고 그 중 39대를 부산 남선전기(한국전력의 전신)에 배정하였다. 동아대학교 전차는 1927년 미국 신시내티에서 GP&L 860-899 시리즈 중 893호로 제작된 후 애틀란타에서 운행하다 1952년 무상원조로 도입되어 실제 부산 시내를 운행하던 바로 그 전차이다. 내부에는 둘씩 앉을 수 있는 24개의 의자가 남아 있고 손잡이도 매달려 있다. 오늘날의 지하철 좌석과 같은 옆으로 긴 의자는 일제 전차이고 이렇게 둘씩 않는 의자는 미국식 전차의 내부모습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3대의 전차가 남아 있다. 2대는 일본에서 제작된 전차로 서울역사박물관과 국립서울과학관에 1대씩 복원, 전시되어 있으며 미국 전차는 동아대학교 전차가 유일하다.

 1968년 운행을 멈춘 부산전차는 다음해 동아학숙 설립자이신 정재환 박사가 학습용으로 기증받아 철판 및 지붕, 내부 등 부분적인 수리가 이루어졌다. 최근 동아대학교 박물관이 부민캠퍼스로 이전하면서 전차 역시 부민교차로로 이전하여 다시 한 번의 보존처리로 옛날 그 모습을 재현하고자 하였다.

 부산 전차, 이제는 추억 속에만 남아 있는 이 전차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까? 이제 곧 전차를 공개한다. 시승표를 받고 직접 타 볼 수 있는 기회, 전차 속 그 많은 기억과 함께 다녀올 수 있는 봄 날의 추억여행이 기다려진다.

2011. 5. 27.  새마을 신문 기고

1970년대 초 부산 동래구 복천동 제7호 고분에서 말머리가 조각된 각배 한 쌍이 출토되었다.

마두식각배란 둥근 원통형 뿔처럼 생긴 모양으로 뿔잔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끝에 말머리가 달려 있다. 말머리는 위를 향하여 입을 약간 벌리고 있어 마치 웃고 듯한 인상이며 쫑긋한 귀와 긴 주둥이 등 매우 사실적인 모습이다. 뒤쪽에는 그릇이 안전하게 놓일 수 있도록 2개의 발이 달려 있다. 각배의 윗부분은 물레로 다듬었으며 그 밑에서부터 말머리까지는 대칼 같은 도구로 깎아낸 흔적을 볼 수 있다.

각배는 삼국시대 5세기경 주로 신라와 일부 가야지역에서 출토된다. ≪삼국유사≫ 탈해왕조에는 심부름꾼이 탈해왕에게 드릴 물을 먼저 마시다가 각배가 입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즉 각배는 왕과 같이 높은 계층만이 지니는 신성한 물건으로 숭상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스어로 리톤(Rhyton)이라 부르는 각배는 초원지대에 살던 유목민들이 양이나 소의 뿔을 잘라서 술과 같은 음료를 마시는 전통에서 비롯되었다.

서양에서는 구석기시대 프랑스의 로셀(La Rochelle) 부조에 새겨진 뿔을 든 비너스상에서 부터 시작하여 기원전 1000년경 신라의 마두식각배처럼 동물머리와 뿔 형태의 잔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하게 된다. 이후 유라시아 초원지대의 기마유목민족인 스키타이인들이 우정을 맹세하거나 전투시 사람의 피를 섞은 혈주(血酒)를 각배에 담아 마시는 의식이 유행하였다.

이 북방 유라시아 대륙의 초원미술은 북부 중국 유목민족의 미술에 영향을 주었고 이는 우리나라로 이어졌다. 특수 의례용기였던 마두식각배는 우리나라에 약 세 점 정도만 남아 있다.

보물 598호로 지정된 동아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길이 17cm인 마두식각배와 같은 부산시 복천동 출토로 크기만 다른 또 한 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에 한 점이 전한다.

마두식각배를 비롯하여 금관이나 유리 등 신라의 미술에는 북장이나 서아시아에 기원을 둔 유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옛날 멀고 먼 초원의 길을 따라 동양과 서양은 서로 만나고 교류하였다. 우리는 지금 그 흔적을 마두식각배에서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2011. 6. 10.  새마을 신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