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개항 이후 처음으로 해적재판이 열리고 있다. 4명의 피고인은 국민참여재판으로, 또 1명은 일반재판으로 진행된다. 사건의 중요성과 국제적인 관심 때문에 내린 부산지방법원의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배심원 선정과 정당성의 문제다. 국민참여재판의 성패는 배심원 선정에 달려있다. 왜냐하면 배심원들이 유무죄를 평결하고 양형을 합의하기 때문이다. 배심원들이 모두 언론에 노출된 부산시민이라면 평결과 합의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선박회사와 선원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는 부산의 특성상 배심원들은 사실확정과 양형에서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배심원들의 언론노출의 위험이다.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국민참여재판이 진행되며, 배심원들은 모두 집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3항을 보면 "배심원은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재판의 공정을 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심원들은 재판 이후 모든 내용들에 대해 침묵을 해야 하지만 사실상 이를 철저하게 관리감독을 할 수가 없다. 만약 언론이 배심원들의 평결 및 합의과정에서 논의된 소소한 일들에 관심을 갖고 보도경쟁에 나설 경우 그 폐해는 심각할 것이다.

 셋째, 통역 및 번역문제의 어려움이다. 피고인들은 재판 중에 소통되는 모든 내용을 자국의 언어로 읽고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재판은 유감스럽게도 동시통역이 아니고, 소말리아어에서 영어로 그리고 한국어로 이어지는 이중통역이다. 정확한 통역이 난제다. 유럽(EU)법원의 번역센터처럼 국가에서 운영하는 전문적인 사법번역 및 사법통역 센터가 있어 형사절차에서 필요한 모든 서류에 대한 번역과 통역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별 걱정이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5일 만에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제1심을 끝내고자 하는 것은 사법부의 과욕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해적재판은 6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넷째, 다른 공범에 대한 일반재판의 문제다. 국민참여재판의 선고는 27일이고, 일반재판에 대한 선고는 다음달 1일로 예정돼 있다.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지 않은 압둘라 후세인 마하무드의 공판은 유무죄와 양형이 이미 결정된 상태에서 진행된다. 공범간에 선고 날짜가 다르다면 유무죄의 확신을 갖고 재판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는 헌법상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

 물론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주체성과 실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제5조는 해상강도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의 대상사건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3조는 “누구든지 이 법률에 정한 바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제8조 제1항은 “피고인에게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를 최대한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법률에 따르면 소말리아 사람이든 대한민국 사람이든 모두 국민참여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예외조항으로 제9조 배제결정에 관한 조항이 있다. 공범 관계에 있는 피고인들 중 일부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아니하여 국민참여재판의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이다. 담당재판부는 왜 제9조 배제결정 조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미성년자의 국민참여재판이다. 피고인 가운데 가장 어린 아울 브랄랫은 미성년자(18~19세 추정)인데 동일한 형사법정에서 성인과 함께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있다. 이것은 소년사건의 핵심인 보호주의 이념을 침해하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분리해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 부산지방법원은 초유의 사법실험을 하고 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시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우리 사법의 정형인 것처럼 전세계에 알리려 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배심원 평결과 합의는 법원에 대해 권고적 효력 밖에 없는데 무엇 때문에 낯선 외국인들과 그 무리한 시도를 하는지 의욕의 과잉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전국 어느 지방법원에서도 5일 동안 연속해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한 적이 없다. 아무런 경험도 제대로 된 시스템도 없이 국제적인 관심사라는 이유로 해적재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담당재판부가 결정되기도 전에 국민참여재판이 언론에 보도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경험이 풍부한 재판부와 유능한 변호인단에 기대를 걸면서 배심원들에게 인간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가지고 아프리카의 눈물도 함께 기억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

 

 2011.  5. 27.  법률저널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