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등록금 반값 인하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이전의 복지논쟁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이슈가 되면서 한동안은 사회가 대학에 대한 관심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고 있는 필자로서 대학교육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측면도 있다. 하지만 대학의 예산조달 문제나 재정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과연 학생들에게, 대학에, 또 사회와 국가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 든다.

대학은 기본적으로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학문을 익히고 탐구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이 지적 탐구를 하는 장(場)으로서의 역할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지적 소양을 갖춘 사회구성원으로서 각자의 활동 영역에서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도 대학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이기에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배우고 익힌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 보다 더 강조되어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다.

이에 대학의 예산조달 문제나 재정 문제는 부차적인 것일 수 있다. 대학 등록금을 반값으로 인하하더라도 졸업 후 취업을 선택하는 대다수 학생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부여받지 못하게 되면 학업의 성취감이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사회가 강조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대학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교육, 즉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학교가 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학과 기업이 협력해야 가능한 것이다. 기업은 대학과 협력해 생산성 향상 및 신기술 개발과 투자에 나서고, 또 대학은 기업의 투자에 부응하는 연구 자료를 만들고 기업과 공유함으로써 사회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개발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가능한 것이다.

이는 외국의 실례들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영국의 캠브리지 테크노폴, 스웨덴의 시스타, 핀란드의 오울루, 중국의 중관춘 등은 대학과 기업이 서로 협력해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그 인력들을 통해 지역발전을 유도하며, 종국에 국가 전체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와 같은 산·학 협력의 확대는 대학의 고유기능을 해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수익창출 모델을 통해 대학 재정이나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는 비즈니스 기능의 확대이기도 하다. 또 이공계나 사회과학 일부 학과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사회과학의 명문으로 꼽히는 영국의 런던정경대학(LSE)에서는 산학 협력프로젝트가 주어지면 소속 학과와 전공구분에 상관없이 팀이 꾸려지고 평소에도 학제 간 교류가 활발히 이뤄진다. 이에 교수들의 프로필에는 전공 외에, 어느 산업분야에 컨설팅이 가능한가, 현재 어느 산학협력에 참여하고 있는가, 어떤 언론매체에서 비즈니스 관련 컨설팅을 해주고 있는지를 꼭 적시하게 되어 있다.

아울러 이와 같은 산·학 협력은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방과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방대학에 훨씬 더 필요할 수 있다. 부산은 대기업이 없어서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산·학 협력 모델이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이다. 하지만 산·학 협력은 꼭 대기업과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과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동아대학교에서 격월로 실시하는 동아비즈니스 포럼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부산시와 인근지역의 중소기업 대표, 그리고 각 단과대의 교수 등 200명이 넘는 산·관·학의 인력이 지역경제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및 모델 창출을 함께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이런 산·학 협력들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모아져야 한다. 대학과 중소기업체가 협력해 만들어진 시너지는 장학금, 유학, 취업 등의 형태로 학생들에게도 돌아간다. 또 지자체는 이를 적극 독려하고 지원함으로써 훌륭한 인력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줄일 수 있고, 지역 기업의 발전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도 도모할 수 있다. 대학에게 요구되는 것은 등록금 인하와 같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산·학협력 등 비즈니스 기능 확대와 같은 장기적인 것이어야 한다. 

2011.  5. 30.  국제신문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