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프랑스에서는 한류 팬 300여명이 한국 가수들의 공연을 하루 더 연장해 달라고 '시위 이닌 시위'까지 벌였다.(2일자 A1면) 한류는 이제 지구촌 곳곳에서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동력이 되고 있다. 그런데 한류가 또 다른 힘으로 작용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북한이다. 지난 1년간 필자는 방일영문화재단의 학술지원으로 '한류, 북한을 흔들다'라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중국과 접경지역인 함경도는 물론 평양·황해도를 포함한 9개도 전역에 걸쳐 남한 영상물이 시청·유통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일반 주민뿐만 아니라 외부정보 유입을 감시·통제해야 할 간부들까지 조직적으로 남한 영상매체 유통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한 영상물의 유통은 정보 확산이라는 파급력을 띠며, 북한주민의 의식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철저하게 주입된 정보만을 받아온 북한에서 남한 영상매체는 외부세계를 보는 또 다른 창이 된 것이다. 남한 영상물을 보는 시간만큼은 다른 세상에 접속할 수 있는 타임머신이 된 것이다.

남한 영상물에서 길거리의 수많은 자동차와 건물, 장면마다 바뀌는 옷, 여성의 운전 장면 등을 보면서 남한의 발전상을 알게 되고. 경찰 앞에서도 자기 할 말 다하고, 남녀 간 사랑을 나누는 장면 등을 보면서 자유를 깨닫고 '나도 저런 곳에서 살아봤으면'하는 환상과 동경을 가졌다고 한다. 이러한 의식변화는 자연히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고 결국 탈북으로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완전한 통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통해 이뤄진다. 북한 주민들이 '남한 따라하기' 등을 통해 남쪽 문화와 생활에 대한 간접 경험을 축적하는 것은 바람직한 통일을 위한 밑거름이다. 확산되는 남한 영상매체의 북한 내 유통은 대인 연결망을 결속시키는 파급력을 가져, 폐쇄적인 북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소프트파워를 통해 아래로부터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 주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어우러짐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통일 한국의 모습이다. 그 준비를 위해 북한에 부는 한류가 또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변화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해 본다. 

2011.  5. 9.   조선일보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