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포커스] 중국의 세계전략을 읽자 | | | | | | | | | | | | | | | | | | 
| 지만수
국제학부 교수 |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을 전면으로 끌어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예기치 못한 선진국발(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에 대해 발언할 준비를 채 갖추지 않은 중국을 갑자기 무대 위로 끌어낸 것이다. 때문에 2008년 11월 첫 번째 G20 정상회의 이후 3년 남짓, 중국이 추구하는 세계 전략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미국 중심의 질서에 막연하고 거칠게 도전하는 것처럼 보였다. 국제무대에서 우군도 없이 단기필마로 좌충우돌하는 모양새도 없지 않았다.
그러기를 3년, 이제 중국의 세계 전략이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14일과 15일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연달아 열린 제3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와 보아오 포럼은 중국이 그동안의 모색을 끝내고 자신의 세계 전략을 세상에 분명하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중국의 세계 전략의 출발점은 선진국의 가치와 개도국의 가치를 분리하는 것이다. 개도국은 개도국 나름의 길이 있으니, 선진국을 추종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마침 선진국발 경제위기가 절호의 명분을 제공했다. 지난 수차례의 G20 정상회의 자리에서 후진타오 주석이 일관되게 강조한 입장이기도 하다. 잠재적 우군을 확보하고, 중국 경제발전의 독자성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그 개도국의 대표격인 브릭스 정상이 중국에 모였다. 4월 14일 공동성명에서는 중국의 본심이 가감 없이 드러났다. 다원화된 국제통화체제를 모색할 필요성이 역설되었다. 서방의 리비아 군사개입도 비판했다. `국제관계의 민주화`라는 낯선 개념이 새롭게 제시되었다. 중국은 러시아,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 만만치 않은 나라들을 배경으로 삼아 자기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고립도 면하는 데 성공했다.
다음날 열린 보아오 `아시아` 포럼에서는 아시아에 대한 구애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후진타오 주석은 아시아의 문화적 전통과 역사적 경험의 동질성을 낯 뜨거울 정도로 강조했다. 19억 인구를 포괄하는 중-아세안 FTA의 의의도 새삼 언급했다. 중국이 결코 아시아에 대한 위협이 아니며, 중국의 시장과 자본이 아시아의 발전에 기여할 것임을 거듭 역설했다. 세계 경영을 아시아 경영에서 출발하겠다는 얘기다. 후쿠오카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빈자리를 적절히 파고들었다.
중국의 심모(深謀)는 중국의 언어와 세계의 언어를 일치시키려는 노력으로까지 나아간다. 12차 5개년계획에서 제시된 내수중심의 성장전략은 글로벌 불균형에 대한 책임감으로 포장되었다. 조화로운(和諧) 사회라는 국내용 슬로건은 포용적(inclusive) 성장이라는 세계적 구호로 확장되었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는 각국의 독자적 발전 경로를 존중하자는 보편적인 주장 속에 녹아들었다.
그렇다고 말의 잔치만 벌인 것은 아니다. 실속도 톡톡히 챙겼다. 특히 브릭스 정상회담 공동선언은 23개항에 이르는 액션플랜을 포함하고 있다. 30억 인구를 가진 브릭스끼리 자원, 식량, 상품, 에너지 등 분야에서 서로 긴밀히 협력하는 틀을 만들었다. 브릭스라는 향후 세계 최대 성장 공간을 자기들끼리 내부시장화할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
중국은 잠시 동안의 모색을 끝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선진국발 금융위기를 계기(天時)로, 아시아 개도국이라는 위상(地利)을 바탕으로 삼아, G2시대를 구축할 우군을 구하는(人和) 장정(長征)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 중국이 막 시작한 장정의 첫발이 떨어지는 자리에 있다. 2011. 4. 25. 매일경제신문 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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