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추석은, 비가 와서 달을 볼 수 없었는데 추석 다음날인 오늘은 뒷산 소나무 숲 위로 보름달이 둥실 떠오르고 있다.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지 밤하늘은 더욱 청명하고 밤공기는 차고 서늘하다. 깊어가는 밤, 숲에 둘러싸인 시골집 서재에 앉아서 論語(논어)를 읽고 있노라니 寂靜(적정)한 境地(경지)를 얻은 듯하다. 오늘은 論語(논어) 子路(자로) 편 가운데 한 구절에서 마음이 계속 머물러 있다. 옛날에도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왕)은 聖人君子(성인군자)를 찾아서 좋은 정치를 위한 가르침을 구했던 모양이다. 초나라의 대부인 엽공이 공자에게 묻는다. “정치를 어떻게 해야 잘 하는 것입니까?”
공자께서 이렇게 대답하시었다.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 나라에서 사는 것이 기쁘게 느끼도록 만들고, 멀리 있는(다른 나라) 사람들이 그 나라에 와서 살고 싶도록 하는 것이 좋은 정치를 하는 것입니다.” 葉公(엽공) 問政(문정)
子曰(자왈) 近者悅(근자열) 遠者來(원자래) [해설]
그렇다. 좋은 정치란 바로 이런 것이다. 백성들이 살고 싶은 나라가 되게 하고 타지(외국)에 나가 있는 백성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오고 싶게 만드는 것이다. 만약 보다 살기 좋은 다른 나라로 이민가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면 그 정치는 분명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취업문제, 교육문제, 정치적인 문제, 사회적인 문제 등으로 다른 나라로 떠났으면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 나라의 정치는 잘못되고 있다는 증거다. 반대로, 그 나라로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면 그 나라의 정치는 잘 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학생들이 외국으로 유학을 가겠다는 사람이 많다면 그 나라의 교육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다른 대학으로 가겠다는 학생들이 많다면 그 대학교의 교육은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반대로 우리 동아대학교로 오겠다는 학생들이 많다면 동아대학교는 교육을 잘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아대학교에서 교육을 맡고 있는 나는 무엇을 잘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자책하여 본다. 이번 학기에도 현장중심의 강의를 더욱 강화해야겠다. 누가 뭐래도 경영학은 기업현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다. 서울의 명문대학교와 미국대학에 가서도 배울 수 없는 특별한 원가회계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하며 이 부문은 미국보다 동아대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낫다는 평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위해서 기업현장을 누비고 연구하고 강의하는 것이 나의 소명이요 책임이다. 추석에 산골농장에서 論語(논어)를 읽다가 보름달을 쳐다보며 해본 다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