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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하나센터 교수 | 지난 3월 9일 밤은 길고도 길었지요.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보느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새벽을 맞았을 것입니다. 단 1% 차이도 안되는 박빙의 결과였으니 저마다 떨리는 마음은 같았겠지요. 이겼다고 자만할 일도, 졌다고 절망할 일도 아닙니다. 승자와 패자를 떠나 이제 모두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5월을 맞을 것입니다. 우리 앞에 펼쳐질 5년은 또 어떤 역사로 기록될까요? 당선자의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전국 방방곡곡 어디나 똑같은 내용의 현수막이겠지요. 그런데 ‘대한민국 임시수도기념거리’라고 쓰인 표지석 위의 현수막은 필자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당선자는 당연히 여야,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등 국민 통합이라는 의미에서 ‘하나’라는 표현을 사용했겠지요. 그런데 북한 분야를 연구하며 통일을 평생의 사명으로 삼은 필자에게 ‘하나’는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되었습니다. 바로 ‘남북한이 하나 되는’이라고 표현할 때처럼 ‘하나’는 통일의 의미로 해석되었습니다. 현수막이 걸린 ‘대한민국 임시수도기념거리’는 서구 부민동에 있는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 입구부터 임시수도기념관 사이 500여 ｍ 구간입니다. 거리가 조성된 도로명은 ‘임시수도기념로’이지요. 그 옛날 부산 시내를 다니던 전차를 복원해 전시해 두었습니다. 전쟁 당시 생활상을 담은 부조상과 벽화도 그려놓았지요. 1023일 동안 대한민국의 임시수도로 기능했던 부산의 위상을 잘 보여주는 장소로 손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절을 자꾸만 잊어갑니다. 아니 6·25전쟁이 언제 왜 일어났는지조차 모르는 세대도 늘어갑니다. 잊혀진 전쟁은 없다 했지요.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며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하는 건 남은 자들의 몫입니다. 그런 점에서 부산지역만큼 통일의 의미를 담은 장소가 산재한 곳도 드물지요. 우리가 품은 전쟁의 유산을 보존하고 이를 문화와 신기술로 접목해 콘텐츠로 승화해야 합니다. 바로 이 땅에 다시는 그런 참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지요. 이제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도 예고되지요. 신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힘 있는 평화’와 ‘대화’를 병행하겠다고 합니다. 비핵화의 진전도 강조하지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상당한 진전을 보이지 않을 경우, 북한지역의 대규모 인프라 건설과 지원은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추진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단계별 비핵화 조치에 따라 남북한의 교류협력은 물론 지자체의 대북사업 추진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지금은 대북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평화경제를 추진할 수 없기에 지자체 차원의 남북한 사업은 이제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역으로 생각해 보면 상호주의에 따른 원칙과 기준에 따라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도 기대해봄 직합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통일에 대한 비전과 가치를 회복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당선인은 대북정책 공약에서 ‘헌법정신을 존중하는 통일정책 추진’을 강조했습니다. 우리의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는 내용입니다. 통일정책은 우리 안의 통일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포함하지요. 부산은 제2의 수도로 불립니다. 단순히 면적이나 인구수가 아닌 대한민국의 중추가 되는 책임과 역할이 부여된 곳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전쟁의 폐허에서 대한민국을 살린 경제의 원동력은 부산이었습니다. 돼지국밥과 밀면은 전쟁통에서도 굳건히 살아남으려 했던 자유 대한민국의 상징입니다. 지금은 추억으로 떠올리는 피란음식이지만 그 시절 돼지국밥 한 끼는 목숨이었겠지요. 뽀얀 국물에 두툼한 살코기 한 점이면 하루의 고된 시름을 잊을 만큼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입니다. 그래서 돼지국밥은 억척스러운 삶의 정신을 상징합니다. 대통령 당선인도 부산 유세 현장에서 돼지국밥을 먹었다지요. 눈물겨웠던 그 시절을 떠올렸으리라 생각됩니다. 서민의 마음, 부산의 역할, 전쟁의 아픔이 담긴 돼지국밥의 정신을 5년 동안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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