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 정무섭 국제무역학과 교수 |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가 점점 더 커져 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추세를 바꿀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가 글로벌 대기업의 지방 투자 확대다. 노무현정부를 시작으로 지방 혁신도시 건설과 함께 공공기관은 대부분 지방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를 통해 그나마 지방의 고급 일자리가 생기고, 부동산 등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인위적인 진통제 효과만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당초 공기업 이전은 지방의 해당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전이 이전한 나주나 증권거래소 등 금융공기업이 이전한 부산의 이전 파급효과를 보면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이제는 민간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의 지방 투자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대기업이 가진 기업혁신시스템(CIS, Corporate Innovation System)과 지역혁신시스템(RIS, Regional Innovation System)의 통합을 통해 전국의 각 지역이 특정 산업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혁신의 원천이 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지방 혁신시스템으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지역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이러한 지역혁신을 위한 특화산업육성에 투입됐으나, 아직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지역혁신의 성공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지역별 산업수도화 정책으로 앵커 대기업의 지방투자를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 진정한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지역특화발전에서 나아가 지역별 산업수도화 정책이 필요한 것이고, 해당 산업의 국내외 앵커 대기업의 본사나 연구소 등 핵심 사업체의 투자는 그 첫 단추가 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대기업이 지방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가이다. 대기업의 지방 투자 유도를 위해서는 첫째가 시장과 사업상 필요가 최우선이고, 둘째가 경쟁력과 우수 인재 확보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가 충족된 후에 세 번째가 근무 및 생활여건 인프라 구축과 투자 인센티브 제공이라 할 수 있다. 대기업은 10, 20, 30년을 보고 투자하는데, 일회성 보조금이나 5년 정도의 세제 인센티브로는 이들 대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을 유도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수도권에 대부분의 우수한 인적자원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핵심인재의 유출을 감수하고 지방으로 본사나 연구소 등 핵심사업체를 이전하거나 새로 설립하기 또한 어렵다. 하지만 사업상 필요한 경쟁 우위의 생산요소나 시장이 존재하는 경우 대기업은 지방이 아니라 해외 어떤 나라든지 찾아가고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다. 저렴한 인건비의 우수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으로 투자 러시가 이루어졌고, 시장을 찾아서는 뜨거운 사막의 나라나 전쟁터도 마다하지 않았다. 결국 지방의 대기업 투자 유도 또한 이러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기본 법칙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 정책은 시장을 만들고, 기업은 시장을 찾아간다는 원칙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또한 기업이 필요한 규제 완화나 생산요소의 공급을 위해 과감한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정작 기업과 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활을 건 투자를 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은 과거 20년이나 30년 전의 산업 수준에서 크게 바뀌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산업의 생산 거점이 존재하는 지역도 많다. 울산과 경남의 조선·화학·자동차 산업의 기반이나 경북 광주 등의 전자산업 제조 기반 또한 글로벌 대기업의 생산 거점이 있다. 또한 부산 신발산업과 같이 해당 산업의 제조 거점은 해외로 다수 이전했으나, 해당 산업의 핵심 밸류체인인 연구개발 부문은 글로벌 기업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 또한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쟁력을 가진 생산요소들을 기반으로 기업과 중앙 정부 지자체 지방대학 등 지역의 혁신 주체들이 서로 노력한다면 우리 지방 또한 선진국처럼 세계적 기업의 본사와 대학의 거점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