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해우
동아대 총장 | 오늘날 대학, 특히 지역 사립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에 따른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수 또한 대학 구성원들이 대비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새로운 시대에 맞춰 대학도 각종 인프라 구축과 학제개편, 교육혁신, 공유대학, 온라인교육 확대 등 나름의 생존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지금의 대학에 꼭 필요한 지속가능한 산학협력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이미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대학들은 ‘산학협력단’ 등의 조직을 설치해 공동연구와 기술이전, 각종 교류 사업을 통해 학계와 산업계 간 시너지를 내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으로서 인력의 공급을 담당하던 것에서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키우고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인적 교류를 활발히 하는 등 산업계와 상생하는 실질적 협력 파트너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 왔다. 정부에서도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인식, 2004년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을 시작으로 2009년 ‘2단계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 2012년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2017년 ‘사회맞춤형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육성사업’ 등 대학 체질 개선을 위한 재정지원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러한 지원 사업들을 통해 산학협력의 범위가 이공계열 특정 분야에서 넓은 학문분야로 확장됐으며 학생들에게는 산업계를 보다 가깝게 체험할 수 있는 현장실습과 인턴십 제도 등 가시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동시에 최근 산업계를 위한 동종 업종 간 교류회 및 세미나 지원, 장비 및 시설 지원, 시제품 제작 지원, 기술지도, 재직자 직무교육 등 제도가 활성화됨에 따라 산학간 체계적 협력 관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높아졌다. 그동안 정부 지원 및 대학 자체 산학협력 사업을 통해 대내적으로는 산학협력 문화가 확산되고 대학 운영에서 산학협력의 중요성이 크게 자리매김했다. 대외적으로는 지자체 및 기업과 연계 네트워크 활성화로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각계의 노력 덕분에 산학협력의 기반이 어느 정도 구축됐다고 볼 수 있지만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대학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현실에 안주할 여유는 없다. 새로운 돌파구를 향한 변화가 필요하며 그 변화의 핵심은 대학의 기술사업화에 대한 노력에 있다. 예컨대 대학에서 개발된 혁신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거나 대학이 주도적으로 브랜드화해 우수한 제품을 사업화한다면 관련 분야로의 취·창업이 촉진되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학 자체 수익 사업도 가능해져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대학들이 재정 확충을 위해 정부 지원이나 발전기금 모금 등 과거 방식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되는 이유다. 벌써 일부의 대학들이 학내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기술사업화에 역량을 집중하고자 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학의 혁신 연구 성과를 활용해 기업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어 궁극적으로는 대학이 보유한 기술사업화를 통해 학계와 산업계간 간격이 한층 가까워지고 진정한 산학협력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 대학 연구실에서는 수많은 기술이 잠자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대학뿐만 아니라 산업계에도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의 우수한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을 산업계와 협력해 상용화하는 모델이 향후 산학협력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본다. 대학의 기술사업화 노력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산학협력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산업계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실무형 인재양성일 것이다. 대학은 기업에서 요구하는 현장 맞춤형 인재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교과과정에 반영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 학생 취업지원에 있어 ‘교수가 한번 머리를 숙이면 학생의 인생이 바뀐다’는 생각으로 기업체를 자주 방문한다. 인사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학점도 높고 어학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뽑아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정도 직무교육 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한 신입사원에 대한 장기간의 실무교육은 기업에 시간적, 비용적 측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게 되고 졸업생 취업률이 쉽게 오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산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에 비해 오늘날 대학의 교육 시스템은 경직돼 있어 기업의 인력수요에 유연한 대응이 곤란한 실정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산업계가 요구하는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것이 대학 본연의 사명이며 이를 위해서는 대학의 교육 시스템을 산학협력 친화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대학교육을 현장 중심 커리큘럼으로 개편하는 것과 동시에 실무형 교육을 담당할 교원 채용도 매우 중요하다. 실무교육과 산학협력에 강한 교원을 대학 교육에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에 학술논문의 수나 영향력 지수로 평가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해당 분야에서의 실적이 탁월하다면 논문실적이나 박사학위와 무관하게 그 실적만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현장에 밝고 산학협력의 경험이 풍부한 교수가 현장 중심 커리큘럼 내에서 산업현장이 요구하는 맞춤형 교육을 담당한다면 학생들은 바로 현장에 투입해도 손색없는 인재로 성장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 이전 시대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들 이야기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학은 이전과 분명히 달라져야 하고,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의 대학들에게 주어진 위기 극복은 지속가능한 산학협력에서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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