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 손현진
예방의학과 교수 |
코로나19 4차 유행이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강화해서 확산세를 확실히 꺾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강화해도 효과가 없을 것이므로 그나마 가파르게 증가하지 않고 조금씩 증가하는 정도로 관리되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감염병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신종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올 것에 대비해 대응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연구해왔다. 기본적인 전략은 초기에는 최대한 환자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환자와 접촉자를 샅샅이 찾아내서 미리 격리하는 것이고, 둘째는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조치가 있다. 이러한 초기 조치의 목표는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고 충분한 예방접종이 이루어질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일단 세계적 대유행이 시작되면 억제정책을 아무리 잘하더라도 신종감염병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따라서 대응할 시간을 버는 것은 초기에 아주 중요한 목표가 된다. 유럽이나 미국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나라는 초기 억제정책에 실패해 강력한 봉쇄를 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는 초기 단계서 억제에 성공한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물론 방역에는 성공했지만 그 뒤에 감춰진 시민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충분하지 않았다. 초기 억제 정책 이후에는 완화 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이 교과서적 이론이다. 완화 정책의 목표는 신종 감염으로 인한 피해 즉,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은 예상보다 빨리 개발됐고 접종을 일찍 시작한 나라는 2차 접종률이 60%를 상회한다. 백신 접종률이 어느 정도 높아진 나라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는 것은 이러한 대응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나타났는데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의 변이 자체는 항상 있는 것이지만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이전에 비해 배 이상 높은 게 특이점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했던 나라들이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새로운 대응 전략을 짜야 하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교과서에 없는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 숙제를 전 세계가 받게 된 것이다. 정답은 없지만 전환의 시점이 온 것은 분명하다. 그 전환의 시점이 언제가 돼야 하는지 어떤 방법이어야 하는지 새로운 전략의 내용이 무엇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느 강도로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인가? 의학적으로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는 경증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하는 것을 지속할 것인가? 한 명의 환자가 확진됐을 때 지금과 같이 광범위하게 접촉자를 추적해 격리하는 것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백신 접종률이 얼마가 돼야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가?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에게 추가 접종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누가 추가 접종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신규로 확진되는 환자 수를 언제까지 매일 세어야 하는가? 코로나19 중증 환자가 매일 몇 명이 발생했는지 세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중증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데 중환자 치료 병상은 이전에 비해 충분히 확보했는가?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위기경보가 1년6개월째 심각 단계인데 위기경보 단계를 하향시킬 수 있는 기준은 마련돼 있는가? 질문은 수없이 많다. 지금 당장 답이 필요한 것도 있고 수개월 이후에 답을 내놓아야 하는 것도 있다. 델타변이의 등장으로 이제 확진자 수를 이전과 같이 줄이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상황이 악화되는 속도가 현재 수준으로 제어되는 것만도 다행이다. 시민도 많이 지쳤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정부의 리더십이 중요하지만 지금과 같이 정답이 없는 문제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진정한 리더십이 될 수 있다.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이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채널이 마련되고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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