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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영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대학·관공서 등 서울 집중
지방 생활생태계 메말라가
좋은 직장·학교 분산 시급
4차산업혁명 지방서 꽃펴야
이제 청년들이 서울에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생을 모아도 자력으로 집을 살 수가 없다. 서울에 회사가 있으면, 근처에 살 수 없는 사회시스템이 되었다. 건국 후 역대 정권들이 구축한 사회구조다. 이런 상태에서 우리는 통일을 꿈꾸고, 선진국을 말하고 있다. 경남 의령 인구는 2만 6624명이다. 대부분 노인이다. 몇 년 후면 농사지을 사람이 없다. 이렇게 지방은 망해가고 있다. 의령군은 그래도 '이건희 미술관'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서울공화국에 대학이 밀집돼 있다. 관공서도 집중돼 있다. 기업들 본사도 서울에 있다. 서울공화국으로 가야 좋은 직장을 얻는다. 공무원 시험 준비도 서울서 한다. 공부를 좀 하면, 거의 서울로 간다. 등록금·하숙비·생활비 때문에 비참한 최저생활을 한다. 학생 시절이 끝나면, 더 참담한 생활이 기다린다. 건국 후 75년 동안 역대 정부가 '서울공화국'에 국력을 집중한 결과다. 8·15 직후 전국에 수백 개의 대학과 중고등학교가 생겼다. 자녀교육과 경쟁은 집안 부흥의 생존전략이었다. 이 과정에서 학벌 서열·학력 차별이 생겼다. 사실상 준신분적 차별로 발전했다. 그 여파로 서울에서만 매년 1만 6000명이 학교를 중도 포기한다. 지방대학은 망해가고 있다. 전문대학은 붕괴 중이며, 4년제 대학은 신음하고 있다. 지방 국립대학교 공과대학은 실험하고 학문을 할 학생이 없다. 초·중·고·대학·대학원이 사라지는 것은 생활생태계가 말라간다는 의미다. 교육·문화·의료·소비 시장은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 서울에 주소를 두고 지방에 내려와 활동한 교육자와 뜨내기 공무원이 만들어 놓은 참담한 현실이다. 지방 경제가 붕괴하면, 지방 사람들은 통일을 반대할 것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통일인지, 어떤 나라에 동참하라고 하는지 물을 것이다. 지방도 통일 경제에 이바지해야 하지만, 경제·교육·문화·의료·사람도 사라지고 있는데,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은 '통일이 한국 경제의 출구전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장밋빛 청사진을 누가 믿겠는가. 세금을 쏟아 부어야 할 지역이 수천 곳이 넘을 터인데, 누가 어떻게 그 천문학적 재원을 분담할 수 있겠는가. 서울에서는 결혼도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사는 부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를 사려면, 각자 대출해 합산을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 문제는 국가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 신혼부부가 많아야 나라 경제가 산다. 신혼부부를 지원해야 국가가 생존한다. 35세 아들이 부모와 함께 사는 세상을 정상사회라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 균형발전이 핵심이다. 좋은 직장이 전국에 골고루 분산돼야 한다. 독일 사람들은 뮌헨에서 베를린으로 집 사러 가지 않는다. 수도권 베를린 소재 대학에 가려고 목숨을 걸지 않는다. 독일 사회는 사교육 시장이 없다. 학교 폭력도 없다. 지방에 좋은 대학들이 많기 때문이다. 처절한 생존경쟁을 학교에서 절대 벌이지 않는다. 이제 대한민국은 대변혁에 나서야 한다. 다음 정권에서도 지역 균형발전이 뿌리내리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망한다. 수도권 학자들은 절대 이런 주장을 하지 않는다. 제4차 산업혁명은 지방정부와 지방대학이 함께 참여해 꽃을 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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