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g) | 손현진 예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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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아도 되나요”라는 질문을 최근 많이 받는다. 다음 달부터 지역의 75세 이상 어르신에 대한 접종을 앞두고 있는 데다 예방접종 후에 사망한 사례에 대한 보도 때문에 이런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내 대답은 한결같다. 순서가 되면 접종을 받으시라고. 아무리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안전하다고 말해도 접종 후에 이런저런 중증 이상반응 사례가 보도되면 예방접종의 안전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 더욱이 사망 사례의 경우 그것이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조사 결과를 발표해도 이미 한번 의심하기 시작하면 쉽게 되돌리기가 어렵다. 원인과 결과를 따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으로 의심되는 것이 결과보다 먼저여야 한다는 시간적 선후 관계이다. 하지만 시간적 선후 관계가 있다고 해서 모두 원인과 결과는 아니다. 원인과 결과가 아닌 것이 마치 원인과 결과인 것처럼 오해되고 이로 인해 쌓인 불신이 예방접종률 하락으로 이어져 감염병이 유행하게 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유럽에서 거의 사라져 가던 홍역이 2016년 이후 크게 유행한 것도 예방접종률이 떨어진 탓이다. 일상 회복을 위해서 코로나19의 유행을 멈추려면 집단면역을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받으면 접종을 받은 본인뿐만 아니라 여러 이유로 접종을 받지 못하는 사람까지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 집단면역의 개념이다. 어떻게 다른 사람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일까? 감염병에 걸린 사람을 볼 때 우리는 그 사람을 피해자로 보기도 하고 잠재적 가해자로 보는 두 가지 시선을 가진다. 그래서 그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격리하게 된다. 심지어 감염병에 걸린 사람 뿐 아니라 그 사람과 접촉한 사람도 검사를 하는 동시에 자가격리를 한다. 이렇게 감염병에 걸린 한 사람이 두 가지 속성을 동시에 가지니 예방접종도 동시에 두 가지 효과를 발휘한다. 내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해서 항체를 가지고 안전해지면 동시에 나로 인해 코로나19에 걸리게 될 수도 있는 다른 사람을 보호해 주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해서 집단면역에 이르게 되더라도 코로나19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위태로운 상황은 벗어날 수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은 개인의 선택이다. 이 선택에서 집단면역은 선택의 기준이 아닐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내가 예방접종을 했을 때의 이득과 혹시 모를 이상반응의 위험을 저울질해보고, 위험에 비해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될 때 예방접종을 선택한다.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얻게 될 개인적 이득은 본인 그리고 가족과 동료 등 가까운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을 줄여주는 것이다.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예방접종 후에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이다. 열이 나거나 근육통이 생기는 등의 가벼운 이상반응과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알레르기 반응 등의 중증 이상반응이 있을 수 있다. 예방접종은 치료 목적의 약물이 아니어서 위험보다 이득이 훨씬 더 크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접종을 받겠다는 선택을 한다. 따라서 백신 허가 기준도 치료 목적의 약물에 비해 매우 높은 안전성 기준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보다 이득이 훨씬 크다고 생각하고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받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백신은 각국의 높은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것들이다. 이렇게 이득과 위험을 따질 때 예방접종과 인과관계가 없는 사망 사례들로 인해 위험을 과장해서 생각하고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마치 대형 사고나 태풍과 같은 재난 상황을 다루듯 예방접종과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사상자 수 세기식 보도는 위험을 과장하게 만들고 개인과 우리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본격적인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앞두고 있는 지금, 개인의 선택에 도움이 되도록 차분하게 위험과 이득을 따져보는 보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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