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민남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명예교수 | 독일 작가 안톤 슈나크(1973-1892)의 수필에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있다.
'굶주린 아이의 모습, 우리 안에 갇힌 동물원의 표범, 줄타기 묘기에서 세 차례 떨어진 어릿광대.' 이 모든 것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런데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일이 적지 않다. 이 우울과 슬픔은 나라와 이웃의 더 따뜻한 손길이 절실하다는 걸 말한다. 실업자는 줄지 않고 취업자는 늘지 않는 현실이다. 특히 청년 일자리 사정은 더 어렵고 심각하다. 이 정부 출범과 함께 최우선으로 내건 일자리 정책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복지 수준을 높이고 사회 안전망을 촘촘한 그물처럼 펼친다 해도 개인의 가난과 슬픔을 국가가 보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 100여 년 전 등장한 소련 등 사회주의 체제가 그렇다. 러시아 농민혁명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들불처럼 번져나간 공산주의가 가난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동유럽 여러 나라와 북한, 쿠바, 중국 등에 사회주의 체제가 들어섰지만, 가장 독재적인 쿠바, 북한,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소련 등 사회주의 체제 국가들은 1985년부터 무너졌다. 가난을 몰아내는 대안이 되지 못했고 평등하게 골고루 잘사는 나라도 아니었다. 또 북유럽 사회주의적 복지 국가들도 애초 목표했던 보편적 복지사회를 성공시키는 데는 이르지 못했다. 엄청난 규모의 국가재정을 감당하려면 지속해서 소득의 40% 이상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세금을 낼 수 있을 정도의 복지를 구축하는 선에서 만족해야 했다. 완전 복지국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세계는 이들 북유럽 국가를 복지 천국으로 보고 있고 그들을 따라가려고 노력한다.
우리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려고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 확대 정책을 앞세우고 막대한 재정 마련을 위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과 올해 본예산 편성 때 주력했다. 특히 젊은 청년 일자리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피해야 할 공무원 증원 등 공공부문 채용 등에 20조 예산을 동원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고용은 늘지 않고 저소득계층 지갑은 얇아지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 갈망은 그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더구나 대학 졸업 취업희망자들의 꿈은 움츠러들고 있어 더 걱정이다. 국가적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대부분이 세계 경제 호황 흐름에 힘입어 완전고용에 가까운 취업률을 보인다.
통계청의 최근 '고용 동향' 지표만 봐도 예삿일이 아니다. 취업자 증가 폭이 5개월 연속 10만 명으로 지난해 증가 폭 31만 6000명의 절반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전체 취업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절박한 청년 일자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한국 대졸자 취업률은 62.7%(2017년 12월 교육부)로 일본 98%와 비교하면 너무 큰 격차다. 정부도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
한국 정부는 복지에 무게를 싣고 세금을 늘리는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당연히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런 논의조차 지금은 한가하고 별 의미가 없다.
청년은 나라의 기둥이고 미래고 생산의 보고(寶庫)다. 청년들이 어떤 경우에도 꿈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꿈은 삶의 원동력이고 삶 그 자체다. 일자리를 가장 중요 정책으로 선택한 정부는 지금까지의 시책과 그 우선순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다져야 한다. 일자리만큼 큰 복지는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