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길원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 세계 인구는 올해 이미 76억 명을 돌파했다. 이 중 매년 자국 이외의 국가를 여행하는 인구는 12억 명 이상으로, 세계에 관한 지식을 외국에서 직접 얻는 세상이 됐다. 또한 지구상에 인터넷 이용자가 30억 명 이상이고, 소셜미디어도 10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만 아니다. 외국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구미(歐美)의 혼인 건수 12건 중 1건이 자국민이 아닌 이민족 간의 결혼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한국인의 혼인 26만 4500건 중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2만 835건)도 이와 유사한 비율로 나타났다.
이처럼 세계가 상호 연결된 상황은 과거에는 쉽게 볼 수 없던 현상으로 현대인은 우주론적, 현대물리학적 개념으로 같은 지구에 속해 있다는 '세계시민'이라는 인식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다.
프랑스 대혁명(1789~1794년)이라는 시민혁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자유와 평등을 쟁취한 시민은 비단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는 것 외에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시민'이라는 단어 앞에 '세계'라는 단어가 붙으면 지구가 거대한 도시가 되고, 이 지구라는 도시에 사는 사람은 누구나 세계시민이 될 수 있다.
다만 세계시민도 그에 맞는 의식이 뒷받침되어야만 바람직한 세계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세계시민의식이란 국적과 인종, 민족, 종교, 정치적인 이유로 타인을 배타적으로 대하지 않으며 자신이 가진 정체성을 버리지 않는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날 정치와 경제, 기후, 환경 등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문제를 고려하며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세계시민의식을 생각할 때, 또 하나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다. 세계의 다양한 문제와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봉사하기에 앞서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계시민의식 수준을 지속해서 높여 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높은 시민의식은 도시문제를 넘어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시민교육은 이제 모든 나라의 국민이 세계와 내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책임 있는 시민이 되어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명제가 됐다. 세계 평화와 인류 발전을 목표로 하는 유네스코도 그 중요성을 인식, 오는 2030년까지 교육에 대한 지원은 물론이고 세계시민교육을 위한 홍보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한국의 학교 교육에서도 학습과 체험을 통해 민주적 시민성을 높이고 생태, 평화, 정의, 비차별 등 세계적 문제와 이슈에 대해 집중적인 세계시민교육을 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세계시민교육은 학교와 가정, 지역과 사회가 밀접하게 협력하며 학생과 시민의 삶 속에서 함께할 때 진정한 확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시민교육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세계 평화, 인권, 문화 다양성 등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고 실천하는 책임 있는 시민을 양성하고, 인류공동체 구성원으로서 공통의 문제해결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일을 배우는 것이다. 아직 일부의 학교 교육과정에서 진행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은 한국 전체 공교육은 물론이고 대학과 사회기관으로까지 퍼져야 한다. 인류의 일체성을 반영해 공정하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지속할 수 있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사람들을 연결하고 개인·사회의 변혁을 가져오는 일에 교육 당국과 공공사회기관의 더 적극적인 자세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