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19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후 불과 12년 후인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을 도입해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단기간에 개선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2013년 기준 한국은 6.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8.9%를 하회하지만 기대수명이 높고 영아사망률은 낮은 등 우수한 건강성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체계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의료비 지출 중 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의 경우 73%인 반면 우리나라는 56%에 불과하다. 분명 국민들은 더 많은 보험료와 세금을 부담해 왔는데 왜 공공재원 비중이 정체돼 있는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는 2005년부터 시작됐다. 이때부터 4~5년간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시행하면서 과거 10년 동안 천문학적인 재원을 국민건강보험에 투입했다. 정부는 분명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80%로 확대하겠다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부담을 늘려 왔지만 실제 보장률은 2006년 64.5%에서 2015년 63.4%로 오히려 감소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의 부담보다 의료비가 더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2005~2009년 우리나라 의료비 증가율은 9.0%로 OECD 평균 3.4%를 크게 상회했으며, 이러한 의료비 증가율 속도는 슬로바키아를 제외하고 가장 빠르다. 2009~2013년 한국의 의료비 증가율은 5.4%로 OECD 평균 0.6%를 크게 상회했고, 이 역시 칠레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머지않아 GDP 대비 의료비 비중도 OECD 평균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의료비가 유독 빠르게 증가하는 원인은 비급여의료에 있다. 의료는 크게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의료와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의료로 구분되는데, 급여의료와 달리 비급여의료는 진료행위의 적정성과 진료비의 적성성을 정부가 관리하지 않고 의료기관 자율에 맡겨 왔다. 그래서 의료기관이 비급여의료를 처치해야 한다면 환자는 따를 수밖에 없고 진료비는 부르는 게 값이다. 이러다 보니 동일한 진료행위인데도 불구하고 비급여의료의 진료비 차이가 병원별로 평균 7.5배(최대가격/최소가격)나 되며, '추간판 내 고주파 열 치료술'은 무려 17.5배에 달한다는 것이 감사원의 결과이다. 　

   당연히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비급여의료를 선호하게 되고, 급여의료비보다 비급여의료비가 훨씬 빠르게 증가해 왔다. 심지어 비급여의료가 어느 정도 시행되는지, 얼마의 진료비를 지불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 수치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존하고 있을 뿐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지속돼 왔다. 　

   국민건강보험과 보건의료체계, 나아가 경제성장까지 흔들고 있는 비급여의료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정부가 비급여의료를 방관하는 동안 비효율적인 의료비 지출은 이미 만연했고, 모든 부작용이 국민의 재정부담 증가와 고통으로 귀결됐다. 이제 보건의료체계의 해결방법은 국민의 추가 부담이 아닌 의료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성형, 피부미용 등과 같은 순수한 선택진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의료행위를 급여화해 정부가 직접 관리·감독해야 한다. 이전 단계로 비급여를 표준화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 정부들이 해결 방법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의지의 문제였다. 부디 이번 정부에서는 그 의지가 지속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