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경제학과 교수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6월 21일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실손보험은 국민 중 70% 정도가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불릴 정도로 수요가 많다. 국민들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첫째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의료비 증가율이 가장 높다. 2009~2013년 실질 의료비 증가율은 우리나라가 5.4%이고 OECD 평균은 3.4%였다. 우리나라보다 의료비 증가율이 높은 나라는 칠레가 유일하다. 둘째 의료비 지출 중 공공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73%인 반면 우리나라는 56%에 불과하다. 즉 의료비는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데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비중은 낮다보니 실손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다. 　

   실손과 관련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기본 목표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선다. 무엇보다 지금은 세부 내용을 발표할 때가 아니라 생각된다. 우선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을 연계하는 법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실손보험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주장은 너무 앞선다는 생각이다.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돈과 건강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이든지 사회안전망은 소득보장과 건강보장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 노후소득보장체계도 기초연금,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다층노후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즉 공적연금이 어떤 계층을 어느 정도 보장하고 나머지는 사적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세제혜택 등이 정비돼 있다. 　

   하지만 공사건강보험은 그렇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간 역할방안에 대해서는 지금껏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 실손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계층을 실손보험에 가입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건강보험으로 더 보살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손보험의 사각지대 해소 등은 지금 단계에서 논의할 수준이 아니며 우선 국민건강보험과 실손을 체계적으로 연계시키고 공사건강보험 간 계층별 역할분담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 　

   실손보험 보험료 인상률이 높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보험료 인하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너무 앞선다는 걱정이 든다. 실손보험 보험료는 지난해 19.3% 증가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의 낮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인상률을 고려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실손보험 보험료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니다. 물론 지속적인 보험료 인상은 국민 모두에게 걱정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충분한 논의나 분석없이 보험료를 통제하겠다는 결과부터 발표하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그동안 보장하지 않았던 비급여를 보장하기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입했기 때문에 실손보험이 그만큼 반사이익을 봤다는 논리인데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 의료의 특징은 비급여가 너무나 광범위한데도 진료행위 및 진료비 적정성을 아무도 심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많은 비급여 중 일부를 정부가 더 보장을 하더라도 새로운 비급여는 생겨나고, 혹여 새로운 비급여가 생겨나지 않더라도 의료기관이 비급여 진료비를 더 높게 책정하면 실손은 손쓸 방법이 없다. 실제로 과거 5년 동안 정부가 비급여를 보장하기 위해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한 것은 맞지만 그동안 실손의 손해율은 개선되지 않았다. 이것은 국민건강보험도 동일하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과거 5년 동안 국민건강보험이 비급여를 위해 재정을 더 투입했으니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이 개선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실손보험이나 국민건강보험이나 동일한 원인으로 동일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누구도 실손보험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정부의 방향성은 잡혔고 그 방향성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벌써부터 세부 방안을 발표할 때가 아니다. 아직 세부 방안에 대해 논의하지도 않았고 분석도 하지 않은 단계다.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문제의 본질을 그대로 두고 결과물만 통제하는 방안은 지속가능하지 못할뿐더러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 국민은 따뜻한 정부도 좋아하지만 똑똑한 정부도 원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손보험까지 살펴볼 정도로 국민들을 생각하는 정부의 노력에 진심으로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