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준 경제학과 교수

   대박의 단꿈에 목을 매는 사람들을 자극하는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같은 가상화폐와 관련된 얘기들이다. 이들 가상화폐의 가격이 수십 배 혹은 그 이상으로 상승했고 여기에 투자한 사람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간 얘기도 있다. 아예 이들 화폐가 기존의 화폐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그야말로 '카더라' 통신까지 등장하고 있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이 소동을 올바로 이해하려면 화폐와 관련된 두 가지 사항을 단서로 삼을 수 있다. 먼저 화폐는 부를 나타내지만 부 그 자체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화폐는 표기된 숫자를 통해 일정량의 부를 청구할 수 있는 증서다. 　

   인간 노동에 기반 두지 않고
   부를 청구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가상화폐는 실체 없는 신기루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소동 통해
   인간노동 기초한 경제체제 복원이
   우리 시대의 과제임을 깨달아야 　

   그렇다면 첫째, 그것이 표기하는 부는 도대체 무엇인가? 경제학은 화폐로 표현되는 부의 실체(가치)를 규명하고자 노력하였고 애덤 스미스가 처음 그 답을 찾았다. 그것은 인간의 노동이다. 이 노동을 가장 안정적으로 담는 수단이 금이고 그래서 화폐는 금과 동일시되었다. 금속화폐가 지폐로 바뀐 지금도 화폐의 청구권에 의심이 생기면 모두들 곧바로 금에 의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MF 경제위기 때 우리가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2008년 경제위기 이후 금값이 끝없이 요동을 치고 있는 사태가 모두 그것이다. 화폐가 표시하는 부가 노동이라는 증거이다. 　

   둘째, 화폐가 표시하는 부를 누구에게 청구하는가? 그것을 발행한 사람이다. 즉 화폐는 발행자의 채무증서이고 시중에 통용되는 화폐(통화)는 국가가 채무자이다. 자본주의 초기에는 개별 은행이 화폐를 마음대로 발행했지만(은행권) 경제가 위기에 처하자 모든 채무의 궁극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가 국가뿐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이 발행권을 국가가 독점하게 된 것이다. 위에서 말한 IMF 위기와 2008년 위기에 모두 국가가 나서서 구제금융과 양적 완화를 통해 사태를 수습한 것이 그것을 말해 준다. 국가의 이런 능력은 세금을 거두는 권한에서 나온다. 국가는 미래의 세금을 앞당겨 사용함으로써 채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항을 확인하고 나면 가상화폐의 소동을 이해할 수 있다. 첫째 가상화폐가 표시하는 숫자는 인간의 노동이어야 한다. 그런데 가상화폐는 스스로 노동을 표시할 수 없다. 그것은 통화의 가격을 빌려 표시한다. 그래서 그것은 부를 표시하는 화폐가 아니다. 화폐를 표시하는 화폐일 뿐이다. 둘째 가상화폐의 가격이 통화로 표시되는 까닭은 그것이 표시하는 부의 청구권을 책임질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가상화폐는 발행자가 청구권을 보장하는 채무증서가 아닌 것이다. 부를 청구할 능력이 없는 증서는 화폐가 아니다. 그것이 '가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것은 실체가 없는 신기루일 뿐이다. 　

   사실 우리가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가상화폐 자체가 아니라 이런 허무맹랑한 환상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그것은 기존의 화폐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을 반영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화폐질서는 달러와 금의 교환을 보장하는 체제(브레튼우즈 체제)로 정립되었지만 이 체제는 1971년 폐기되었다.(닉슨 쇼크) 이후 화폐는 더 이상 노동을 표시하지도, 채무자도 존재하지 않는 가짜로 전락하였고 이것이 금융에 의한 사기와 수탈로 이루어진 신자유주의 체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체제는 2008년 결국 파국을 맞았다. 화폐에 대한 모든 신뢰가 깨어진 이런 조건이 터무니없는 신기루인 가상화폐가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한 것이다. 인간의 노동에 기초한 건실한 경제체제의 복원, 그것이 우리 시대의 과제라는 것을 가상화폐 소동은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