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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습
의예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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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학물질 노출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리 국민은 근래에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불산 누출 사건 등을 통해서 화학물질이 인체에 어떤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경험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5만 가지 이상의 다양한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라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는 국민 안전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며칠 전 부산의 모 공단 지역에서 유독 화학물질 누출사고로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 당시 노란색 연기에 의해 가스 누출이 인지되지 못했다면 다량의 유독 화학물질의 노출로 더 큰 위험을 초래했을 수 있었다.
이번 사건에서 누출된 유독 화학물질 중 이산화질소는 하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기관지염, 폐기종, 폐렴을 유발하고 만성적으로는 섬유성 폐쇄 기관지염이나 폐암을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물질로 분류할 수 있다. 또한, 아크릴로니트릴은 급성 노출의 경우 질식, 경련, 호흡 곤란을 유발하고, 장기간 노출된 인구 집단에서 전립샘암, 직장암, 폐암의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출된 유독화학물질의 특성상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노출량과 노출 시간에 따라 추후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노출지역 주민들의 건강 영향을 파악하고 지속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화학물질 사고의 현황과 대응체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공식적인 환경부 조사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 발생 건수는 391건으로 총 58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사고 영향조사는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서 수행되는데, 화학물질 누출에 따른 인명 및 환경 피해가 명백히 인정되는 경우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요청이 있을 때에만 한정하여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여 조사를 수행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과 같은 화학물질 누출 사고로 주민들의 노출은 있으나 즉각적인 사망이나 부상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고 또한 피해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운 경우는 환경 및 건강영향조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아울러, 사고 후 시간이 지나간 후 발생하는 건강 영향 등에 대한 주민들의 상담과 관리의 구체적인 방안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화학사고 예방 및 대응을 위해서 화학물질안전원을 중심으로 화학사고 건강영향조사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실제 상황에 맞추어 구체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인력 구성이나 응급 대응체계가 미흡한 상태로 보인다. 부산의 많은 지역은 공단과 주민 거주지가 인접해 있어 화학물질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또한 배후에 경남의 거제도, 창원과 울산 등에 공단지역이 있어 화학사고 대응의 거점지역으로 볼 수 있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지원센터도 갖추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재난 안전보건 문제는 중앙정부에만 의존하여서는 한계가 있으며, 지자체 차원의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특히 화학물질 노출에 따른 대응체계는 응급적인 문제이면서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문제인 만큼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은 물론,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지역 내에서의 즉각적인 관리체계의 구축이 현안으로 판단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