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석당인재학부 교수

   2017년 정유년 새해 첫 업무가 시작된 날, 국회에서 용역업체 직원 신분이었던 청소 근로자 207명이 직접 고용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국회가 먼저 '좋은 일자리 만들기'에 앞장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희망을 만끽할 새도 없이, 아이폰 조립업체 대만 폭스콘은 근로자들을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현지 공장의 모든 근로자를 자체 개발한 산업용 로봇인 '폭스봇'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약 100만 명이다. 스탠퍼드대학교 제리 카플란 교수의 저서 <인간은 필요 없다(Humans Need Not Apply)>의 미래 충격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달에 따라 2025년이 되면 국내 취업자의 61.3%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전체 근로자 중 약 163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지능형 기계에 대체될 비율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직업 1순위는 바로 청소 근로자였다. 또한 주방 보조원, 주차 관리원, 음식 배달원, 가사 도우미 등 단순 노무자나 서비스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우선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 따른다면 국회에서 시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은 어쩌면 기계에 대체될 1순위 직업을 국회가 앞장서 보호한 셈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무인화 확대
   인간 일자리 대량 상실 가능성

   미래 사회 새로운 가치 고려
   일자리 유지 방향 논의해야

   지역산업 기반 예측 활동 통해
   새 직업 수요 창출 노력 필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7'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자율 주행차(무인차), 홈 로봇, 드론, 가상 및 증강현실, 웨어러블 인터넷 등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이다.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 가트너 그룹, 영국 옥스퍼드 대학 및 중앙은행 등은 이러한 과학기술의 부상과 확산이 일자리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언제부턴가 일자리의 위협을 4차 산업혁명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보스 포럼의 클라우스 슈바프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사이버 세계와 물리적 세계가 융합되거나 네트워크로 통합된 시스템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시스템 구축으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될 수 있다. 바로 초연결성의 등장이다. 지능형 기계화 또는 자동화로 인한 초연결성은 무인 농어업 관리, 무인 매장, 무인 공장, 무인 운전 등을 가능하게 한다. 무인화의 유행으로 인간 근로자의 노동력을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다. 거의 모든 산업에 종사하는 인간 근로자 고유의 역할이 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경제학자를 중심으로 낙관론도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은 직업의 형태가 바뀔 뿐, 전체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단순히 과학기술의 대전환기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과학기술 혁신은 산업 구조를 신속하게 재편성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직업 수요가 창출되어 신규 일자리로 이어질 수 있고, 전체 일자리는 유지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일자리와 관련해 예측 가능한 미래가 있다. 첫째,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산업 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다. 둘째, 지능형 기계로 대체되는 산업 영역이 증가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대량으로 사라질 수 있다. 이것은 부산의 해운, 수산, 물류, 제조, 관광, 조선 산업 등에 적용 가능한 미래일 수도 있다. 초연결성 사회에서 이러한 산업들은 자동화를 통한 무인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능형 기계들의 공습(또는 역습)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일자리 총량을 유지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다. 　

   미래 일자리에 대한 극단적 변화가 예견되는 만큼 적어도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미래 예측 활동은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사회, 기술, 경제, 환경, 정치, 가치 등을 고려해서 새로운 직업 형태를 예상해야 한다. 그리고 전체 일자리를 유지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조정되어야 한다.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등은 미래 일자리 총량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부산발전연구원,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그리고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은 중장기 관점에서 지역산업 기반의 기술 및 정보산업 예측 활동을 통해 새로운 직업 수요를 꾸준히 창출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근거로 중앙 부처별 관련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 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교까지의 학생과 일반인들에게 미래 직업·직무 기술서 등을 소개하고 배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