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준 경제학과 교수

   역대 최장 기록을 세운 철도노조 파업이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파업의 핵심쟁점이었던 성과연봉제를 합의하지 못해 여전히 불씨로 남았다. 쟁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도입절차이다. 사용자 측은 이 제도를 취업규칙의 변경을 통해 일방적으로 도입하려 하였고 노동조합은 교섭을 통해 도입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른 하나는 평가지표이다. 사용자 측은 평가지표가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조합은 평가지표의 공정성을 신뢰하기 어려워서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주장이 수렴될 여지는 없을까? 그래서 직접적인 쟁점으로부터 한발 벗어나 보다 일반적인 관점에서 이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임금의 성격을 보기로 하자. 임금은 노동력의 가격이며 교환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교환이란 동등한 두 권리 사이의 행위이다. 근로기준법에서도 임금을 매개로 한 근로계약은 동등한 두 권리 당사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성과연봉제는 개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의 기준을 결정하는 제도이다. 전문적인 용어로는 임금체계라고 부른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어떤 상품의 가격을 결정할 때 크기를 기준으로 할지, 맛을 기준으로 할지를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기준은 그 자체로 직접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두 교환 당사자의 경제적 이해와 직결된다. 따라서 만일 이 기준을 한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면 그것은 다른 쪽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외국의 경우 임금체계는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체계 협약'으로 체결되어 있다. 2003년 독일 금속산업에서 체결된 ERA 협약이 대표적인 것이다. 　

   성과연봉제는 임금 기준 결정제도  
   사용자·노동자 경제적 이해 직결  
   외국선 단체교섭 통한 협약 필수  

   우리나라 임금체계 협약 없어  
   협약체결 땐 도입절차 등 갈등 해소  

   기업성과는 노동자만의 몫 아냐  
   경영진에 대한 성과평가도 필요　

   우리의 경우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갈등은 바로 이 '임금체계 협약'이 없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 제도의 도입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임금체계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정답이다. 협약이 체결되면 당연히 도입절차를 둘러싼 갈등, 평가지표를 둘러싼 갈등도 모두 해소될 수 있다. 임금체계 협약에는 임금의 결정기준이 되는 평가지표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노사가 합의해야 하고 공정성의 시비는 있을 수 없다. 독일의 ERA 협약에서는 성과지표의 설정, 지표의 측정 과정, 그리고 측정결과를 노동조합과 해당 노동자가 모두 승인할 경우에만 효력을 갖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술적인 문제와는 별개로 성과연봉제에서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한 가지 궁금증이 있다. 노동의 성과는 결국 기업의 성과와 직결되는데 기업의 성과는 노동 혼자의 힘으로만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경제활동에는 반드시 자본이라는 생산수단과 노동자의 노동력이라는 두 요소가 함께 투입된다. 이들 두 요소가 결합해 재화 혹은 용역이 생산되고 그것이 판매되어 기업의 수익이 계산된다. 그런데 왜 노동력에 대해서만 성과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자본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얘기되지 않는 것일까? 당장 희망버스를 불러온 한진중공업에서도 노동자들에게만 경영상 해고가 있었고 수주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경영진에 대해서는 아무런 징계나 평가도 없었다. 오히려 이들 경영진이 그 와중에 배당수익을 챙겼던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 일은 두 사람이 함께 하면서 결과에 대해서는 "잘되면 내 덕이요, 못되면 네 탓"이라는 희한한 셈법이 아닌가? 그래서 진정으로 성과연봉제의 도입을 원한다면 '임금체계 협약'의 체결과 함께 경영진에 대한 성과평가도 함께 도입해야만 할 것이다. 그것이 상식에 맞는 일이고 동등한 두 권리에 걸맞은 진정한 의미의 경제민주화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