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택 국제관광학과 교수

   부산불꽃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된 다음 날 조직위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프랑스 파리에서 20년간 거주하고 최근에 돌아온 수영구 주민이었다. 부산불꽃축제를 아주 인상 깊게 봤다는 그녀는 두 가지에 놀랐다고 했다. 우선 불꽃연출이 이렇게 훌륭한 축제는 유럽에서도 보기 힘들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많은 업소들이 불꽃이 연출되는 동안 문을 걸어 잠그고 일반 시민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비정상적인 영업행태 및 폐쇄적 업소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이 모순적인 상황에서 지역축제가 어떻게 가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부산불꽃축제는 12회를 통해 이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기도 하다. 　

   축제의 성장 과정을 태동기-성장기-성숙기로 분류한다면 이제 부산불꽃축제는 성장기의 정점에 있다고 본다.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은 부산불꽃축제를 통해 부산의 이미지를 연상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생각한다. 　

   부산불꽃축제와 같이 십수 년 동안 꾸준히 개최되면서 지역 브랜드에 기여하는 경우는 국내에서 흔하지 않다. 　

   올해 부산불꽃축제의 관광상품석은 기존 5000석을 가볍게 뛰어넘어 관광상품석에 대한 판매 우려를 불식시킴은 물론 재정자립도 50%를 달성하고 부산방문 국내외관광객 증가 및 고용창출 등 지역상권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우리는 이제 머지않아 성숙기로 접어들게 되는 부산불꽃축제가 앞으로 어떻게 유지되고 명품이벤트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는지 그 방향성에 대해 살펴볼 때가 온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그저 과문한 필자로서는 이러한 질문이 힘들지 않을 리 없지만 그동안 수많은 축제들을 경험한 결과 한가지 명확한 결론은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시민이 주도하는 시민중심의 축제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 1000여 개 이상의 크고 작은 축제가 성행하고 있으나 눈앞의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장기적인 방향성이 결여된 축제가 적지 않다. 　

   시민 중심의 축제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기도 하다. 축제과정 전반에 시민의 목소리가 개입되며 시민이 참여하는 것이다. 이는 일면 당연하기도 하다. 지역축제의 파급효과에 대한 영향은 막대하며 그 결과에 대한 부담과 혜택은 고스란히 지역주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는 부족하나마 대부분 축제기획과정에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축제 포스터를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하고 제작과정에 시민이 참여, 평가한 의견들을 반영하기도 한다. 축제가 마무리된 후 평가사업 역시 부산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구성된 시민축제평가단이 수행하고 있다. 　

   축제 기간 중 680만 명의 관광객이 브라질을 방문하며 약 25억 달러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자랑하는 브라질 리우 카니발 역시 1930년대 초반까지는 보통의 거리축제에 불과하였지만 시민들이 삼바학교를 설립하고 학교별로 행진을 하면서 지금과 같은 지구촌 최대 규모의 축제로 발전하였다. 또한 매년 6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경제적 가치가 1조 450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독일의 옥토버페스트 역시 시민들에 의해 준비되고 운영되는 시민축제인 것이다. 　

   부산불꽃축제가 6100여 명의 공무원, 경찰, 안전요원 등 공공인력이 준비하는 축제에서 1만 명의 시민이 준비하고 운영하는 시민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면 부산불꽃축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