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준 경제학과 교수

   의외이긴 했지만, 트럼프의 당선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곧바로 떠올린 것이 히틀러였다. 등장 배경이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럼프가 가져올 미래를 짐작하기 위해 히틀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히틀러는 어떻게 등장할 수 있었을까? 경제적 절망이었다. 1933년 히틀러가 집권할 당시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의 전쟁배상금과 미국의 공황으로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1320억 마르크의 배상금은 1929년 독일의 국민총생산 450억 마르크의 약 3배였고 독일은 당연히 이를 갚을 능력이 없었다.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차입이 있었고 이 차입이 공황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독일 경제는 출구를 잃었다. 히틀러는 그런 절망의 마지막 비상구였다.



   전쟁으로 탈출구 찾은 히틀러
   보호무역 등 내세운 트럼프
   경제위기 등에 업은 닮은꼴

   소비 부족은 기업 탐욕에 기인
   가계소득 증가방법 찾는 게 핵심
   적대적 해결책으론 실패 불러 　

   트럼프의 경우도 비슷하다. 전후 번영을 이끌던 케인스주의가 몰락하고 1980년대 이후 자본주의를 이끌던 신자유주의가 2008년 파산하자 미국인들은 파격적으로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하지만 두 번의 집권에도 오바마는 경제위기를 해결하지 못했고 더 이상 대안이 없는 절망에서 미국인들은 트럼프를 선택한 것이다.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히틀러는 집권 후 40%의 실업률을 1년 만에 14%, 5년 만에 1%로 줄였고 국민총생산을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트럼프도 비슷한 성공을 이룰 수 있을까? 답을 얻기 위해서는 히틀러의 성공을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히틀러가 당면했던 경제위기는 자본주의의 고질적인 모순, 즉 공급이 수요보다 과잉인 상태가 빚어낸 것이었다. 히틀러는 부족한 수요를 두 곳에서 찾았다. 군비 확장과 토목 공사였다. 모두 정부의 재정을 동원한 것이었고 결과는 막대한 정부부채였다. 그는 기존의 전쟁배상금에 더해진 이 부채를 해결하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바로 전쟁이었다. 그의 성공은 처음부터 적대적인 해결책에 기댄 것이었다. 트럼프는 히틀러의 길을 따를 수 있을까? 핵의 존재로 전쟁은 어렵겠지만, 적대적인 해결방향은 그대로 따르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 스스로 천명한 보호무역주의와 이민 추방이 그것을 가리킨다. 그런데 이것이 소비의 부족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는 소비 부족을 시장의 확대를 통해 해결했고 그것은 자유무역으로만 가능하다. 보호무역은 시장을 축소시키고 소비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진실은 이렇다. 소비 부족은 소득의 부족 때문이고 소득의 부족은 기업의 과도한 탐욕 때문이다. 　

   히틀러의 위기는 독점 기업의 과도한 탐욕이 만들어 낸 것이었고 트럼프의 위기도 불로소득에 눈이 먼 금융 자본의 탐욕이 빚어낸 과도한 부채가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내걸고 있는 또 하나의 정책인 기업 규제 완화도 소비 부족을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자신을 당선시킨 위기의 원인이 소비의 부족에 있으며 이 부족은 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가계의 소득 증가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한 트럼프는 결국 실패할 것이 틀림없다. 시대의 과제를 올바로 읽지 못한 지도자의 말로는 어떻게 될까? 히틀러의 비극적 말로는 바로 그런 시대착오의 대가를 알려준다. 　

   트럼프는 자신의 이런 운명을 알고 있을까? 시대의 요구를 읽지 못한 지도자가 치를 대가를 영국 사람들은 이렇게 경고하고 있다. "의자의 높이(지위)가 올라갈수록 런던탑(감옥)도 가까워진다." 우리 사회는 지금 바로 그 경구를 실현하는 촛불을 들고 있다. 트럼프는 한국에서 이 교훈을 배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