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석당인재학부 교수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르면, '대통령직(presidency)'이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통령(President)에게 부여된 직무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가끔 역대 대통령의 순위를 매긴다. 대통령이 어느 부분에서 '취약한 모습'을 보였는지, 또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는지를 가늠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지도력'에 대한 평가를 내리게 된다. 우리가 이러한 평가를 내리는 것은 매우 당연하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임기 5년 동안 행사하는 모든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대통령'이 보여 주는 '영향력'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통치의 수장이라는 직위를 수행한다. 그래서 통치 행위를 분담하는 사람들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내 삶과 공동체를 바꿀 수 있는
  대통령 직책·권한 대단히 중요

  인상만으로 '대통령감' 판단 잘못
  지도력 유무 객관적 검증해야

  대통령 권한 올바로 사용하도록
  권력의 주인인 국민이 요구하자 　

  우리는 가끔 이러한 '대통령'과 '대통령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첫째, 모두가 저마다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있지만 대통령이 해야 할 일과 완전히 같은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없다. 둘째, 그 누구도 대통령이 앉아 있을 무거운 자리에 있을 이유도 없다. 셋째, 그 누구도 대통령이 가져야 하는 넓은 시야를 가질 필요도 없다. 따라서 어느 누구도 대통령이 느끼는 책무가 얼마나 막중한 것인지 공감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단순한 '인상(images)'을 바탕으로 '대통령감'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주위의 지인들에게 누구를 '대통령감'으로 생각하는지 밝힐 때면, 학연·지연·혈연 등의 단순한 이유로 칭찬하거나 맹목적으로 옹호할 때도 있다. 이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사용하는 권한은 모든 통치 행위에 지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또한 대통령이 지닌 강점과 약점도 국정 운영을 위한 중요한 역량으로 작용하여 내 삶과 지역 사회, 나아가 공동체까지 한꺼번에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는 대통령을 신중하게, 그리고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관심이 있는 지도자의 과거와 현재의 행동과 행보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미래의 대통령직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지도력이 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사실이 아닌 '감'으로 누군가를 그 자리에 앉도록 선출해 주는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향이 만연하다.

우리 사회에서 '~ 곳의 수장(또는 직)'이라는 직위를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향우회, 원우회, 종친회, 동호회, 전우회 등에서 선출된 회장직만 하더라도 대답은 쉽지 않다. 하지만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사람은 오직 대통령 한 사람뿐이다. 정부의 활동이 모두 대통령의 지도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행정부의 수반이자 최종 책임자'는 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대통령이다. 이는 모든 행정업무는 실질적으로든 상징적으로든 대통령을 거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대통령의 권한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정치제도에서 대통령이라는 직책은 정치와 정책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으로 국정 전반을 운영한다. 따라서 국정 마비, 국정 농단, 국정 붕괴, 국정 파탄, 국정 공백, 국정 개입 등의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공과(功過)를 논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직을 걸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정당하게 사용하고자 했던 흔적을 부인할 수는 없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하나회 척결, 공직자 재산등록, 금용실명제 등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 남북 화해 등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검찰 개혁과 독립을 위한 검사와의 대화, 친일 진상 규명, 자주국방을 위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노력 등을 위해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용하고자 노력했다.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다는 이유로 대통령과 대통령직에 대한 관심을 멀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위임해 준 대통령의 권한은 우리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대통령이 누구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지와 관련이 있다. 대통령의 권한이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게, 모든 권력의 주인인 우리가 강력하게 요청하고 요구하자.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해 오직 헌법에 의지하고 충실할 것을….

[2016.11.1.(화) 부산일보 본지 30면 / 기사 전문 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