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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우
석당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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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미래는 불안하고 불확실하며 삶은 허전하고 안타깝다. 아마도 지금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일상적 사고가 이렇지 싶다. 한국전쟁 당시를 살았던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 바라보고 느꼈던 미래와 일상은 과연 어떠했을까? 전후 세대인 필자는 그저 느낌만으로 감지할 뿐이지만, 과거의 역사를 되짚어 보노라면 발전된 지금이 더욱 더 심한 불안 증세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6·25 당시 사람들은 전쟁 중에도 광복동 밀다원에서, 군용 천막 안에서 시를 읊고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렸으며, 낭만적이고 긍정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였다. 전쟁으로 인해 캠퍼스를 잃은 대학생들 역시 학문에 대한 열정을 다양한 방식을 통해 찾으며 배움의 길을 계속해 나갔다. 그들에게 중단이나 포기란 단어는 없었으며 그 중심은 피란수도 부산이었다.
6·25 중에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던 많은 학생이 부산으로 오면서 서울대를 비롯한 10개 교로 이루어진 전시연합대학이라는 비상연합체제가 성립되었다. 이 연합대학은 1951년 2월 19일 부산에서 최초로 강의를 시작하여 1952년 5월 31일 공식적으로 해체하였다. 이화여자대학교는 동아대 부민 캠퍼스 바로 뒤편인 부민동에 30동 규모의 가교사를 지어 강의를 진행하였으니 학문과 배움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부산에서는 부산대와 부산수산대가 전시연합대학에 동참하였다.
1947년에 개교한 동아대의 전신 동아학숙은 1949년 제1회 졸업식을 거행한 뒤 곧 6·25를 맞이하게 되지만 전시연합대학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전쟁 중인 1951년 동대신동 구덕 캠퍼스로 이전하였는데 동아대학의 학생들이 전쟁 중에 어떻게 공부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나 사진은 매우 적은 편이다. 그런데 이 시기와 관련된 유물 한 점이 현재 석당박물관에 남아 있다. '贈 東亞大學 第8回卒業生一同紀念 檀紀 四二八八年度' 라는 글이 표면에 새겨진 77.5㎝ 크기의 동종이다. 즉 1955년도에 8회 졸업생들이 동아대에 기증한 종으로 한국 전통종이 아닌 하단부가 나팔꽃처럼 벌어진 서양식의 아름다운 근대기 서구의 특징을 따른 종이다. 원래는 구덕 캠퍼스 우측 편에 있는 회색의 3층 건물 꼭대기에 종탑을 만들어 걸어 놓고 직접 종을 쳤으나 1973년 건물이 증축되면서 종탑은 없어지고 박물관으로 이전 보관하여 온 유물이다.
옛날의 건물 위에 매달린 종탑의 사진 그 소리를 상상하면서 종을 기증한 졸업생들의 내재된 희망과 바람이 무엇이었을까를 읽게 된다. 1955년도 졸업생인 368명은 6·25 전쟁기 물질적 정신적으로 피폐하고 암울한 상황 속에서 학창 생활을 보낸 가난한 세대의 학생들이었으며 일제강점기를 지나온 사람들이었다. 국가의 주권과 영토를 빼앗겼던 일제강점기를 지났고 곧이어 6·25 전쟁을 직접 겪으며 살아온 빡빡한 인생의 산증인들인 것이다. 졸업생들은 학교를 떠나면서 후배들을 위해 종을 기증하여 지식의 메아리가 영원히 올리기를 기원하였던 것이다. 그들의 희망인 그 애교심과 사랑은 학교의 전통이 되었고 애국심으로 발전하였다. 그들은 국가 재건의 깃발 아래 경제발전을 이루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으로 성장한 바로 그 세대였다.
이 사랑의 종은 동아대 석당박물관에서는 7~8일 '피란수도 부산, 학문과 배움의 길' '임시수도정부청사의 옛이야기' 전시에서 처음으로 이 종을 공개한다. 종만이 아니라 전쟁 속에서 우리의 윗세대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공부했는지를 사진과 유물을 통해 전시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