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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정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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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은 거슬러 올라가면 1930년대 만주국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사회학자인 한석정(63) 동아대 교수가 최근 펴낸 '만주 모던'(문학과지성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른바 '냄비 근성'이나 조급증 같은 한국인의 급한 성격은 1960년대 한국의 압축적 성장 과정에서 형성됐으며, 1960년대의 불도저식 경제 개발이나 안보 중심의 사회 모델은 만주국 체제에서 연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나 국토개발, 반공대회, 표어 제작 등 1960년대 한국인들에게 익숙했던 행사와 장면들은 이미 만주국 시절부터 시행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1960년대 한국의 도로·도시·댐·공단을 아우르는 국토 종합 개발이나 수자원 관리 계획은 만주국의 '총합 개발'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작곡가 안익태·김성태, 강원용 목사, 중국 인민해방군가(軍歌)를 쓴 정율성까지 숱한 인물들이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경험을 쌓고 광복 이후 한국과 중국에서 각계의 지도자가 됐다"고 말했다.
1960년대의 한국과 1930년대의 만주국을 연결하는 고리는 박 전 대통령과 청년 장교 집단이다. 한 교수는 "일본 관동군이 1931년 일으켰던 만주사변은 5·16 쿠데타에 영향을 주었으며, 1930년대 관동군이 만주에서 주도했던 급속한 산업화와 사회 동원 방식은 1960년대 한국 경제 개발의 모델이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 교수는 '한국의 경제 개발은 친일 세력이 주도한 것'이라는 식의 해석과는 금을 긋는다.
그는 "박정희 시대에 대해 경쟁이라도 하듯이 극단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비판하는 연구들이 있지만, 이런 관점은 그 사회에 실재(實在)했던 양면성과 복잡성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 유신을 통해 민주주의의 궤도에서 이탈한 것은 분명하지만, 세계 최빈국이었던 1960년대에 가난에서 탈출하고자 했던 열망을 담아서 압축적 근대화에 나섰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한국 경제 개발의 모델을 1930년대 만주국에서 찾는 한 교수의 주장은 언뜻 '식민지 근대화론'과 맞닿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일제강점기를 '친일과 반일' '협력과 저항'이라는 이분법에서만 바라보면 그 사이에 놓인 '드넓은 회색 지대'를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1994년에는 권투를 시작했다. 1996년 부산 아마 복싱 선수권 대회(웰터급)에서 준우승했고, 지금도 매주 한두 번씩은 권투 도장에 나간다. 한 교수는 "1960년대 김기수 선수가 한국인 첫 세계 챔피언이 됐던 시절부터 권투의 꿈을 키웠다"면서 "1960년대는 폭압만이 난무했던 시대가 아니라, 오히려 가난했지만 모두 꿈을 간직했던 시절에 가깝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