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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렬
국제무역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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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째, 부산시민들이 파생금중심지의 토대를 얻기 위해 치룬 기회비용이다. 이것은 앞의 여섯개의 유·무형자원 모두를 합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부분이었으며, 지난 20년간 부산경제의 명운을 가르는 일이 되어버렸다.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에서 정부는 부산을 [금융·물류산업], 대구를 [업무·첨단기술·패션산업], 광주를 [첨단산업·예술문화], 대전을 [행정·과학연구·첨단산업]으로 육성시키겠다며 각 지역의 기존산업에 시대흐름에 맞는 신산업을 추가시키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런 신산업이 3개 지역에는 모두 첨단기술산업이었는데 비해 부산은 금융산업이었다. 그러면서 부산을 수도권에 대칭되는 금융·물류도시로 발전시킨 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실천방안은 전혀 없었다. 이런 가운데 당시 지역경제회생이 시급한 부산은 지역민이 발 벗고 나서 구체화 시킨 것이 1999년에 설립된 한국선물거래소(KOFEX) 이였다. 이런 맥락에서 선물거래소는 단지 부산을 넘어 동남권경제에서 금융뿐만 아니라 생산자 서비스 공급처로서의 부산장래에 견인차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상의 지역 신산업정책은 그 후 역대정부의 지역특화 산업정책에서도 그 기조가 이어져서 첨단기술산업을 몇 개씩 묶어 예산지원과 함께 각 지역별로 배정되었는데 부산은 파생금융도시로 인하여 매번 첨단기술산업의 입지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마침 지난 20여 년간 우리나라산업은 IT, BT, NT 및 이의 융합기술에의해 경제혁신과 산업고도화를 이루었고 이런 시대흐름을 재빨리 탄 지역들은 경제발전과 좋은 일자리를 지역민에게 제공했다. 하지만 부산은 이 기간에 금융 면에서 시대흐름에 각광을 받은 것이 파생금융이었기에 첨단기술산업의 기회에서 비켜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부산은 신산업대신 금융을 선택한 것이 되었고 1999년 「파생금융메카-부산」에서 2005년 「동북아 최고의 파생금융도시」를 거쳐 2009년 「해양·파생금융중심지의 법적지위」란 정책지원이 있었으니 첨단기술산업의 배정이 없다고 부당한 차별이라고 말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하여튼 선물거래소의 부산입지를 분기점으로 해서 부산은 고부가가치 서비스경제로의 행로에 주사위가 던져 졌으므로 어떻게 해서든 파생금융도시를 성공시켜야 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2012년 6월 시세정보기능이 빼돌려지기 이전까지 부산시민들은 온 힘을 다하였고, 양해각서에 따라 서울업계와 KRX에 온 정성을 다 할려고 했다. 그런데 20년간 부산시민들이 노력한 결과는 무엇인가. 금융중심지의 기본구성요소인 금융회사들의 클러스터는 고사하고 개별 회사조차 하나도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제대로 되었으면 2009년도에 이르러 파생관련 금융투자회사들이 몰려와서 「파생금융메카-부산」이 되었을 것이고 이어서 여타 투자자문 및 자산운용회사등과 이와 관련회사 등등으로 문현금융단지에는 빈 땅이 없었을 정도일 것이다. 또한 지금쯤은 서울과 대칭될 수 있는 비수도권의 금융지평이 열리므로 20년 전 당초 정부와 부산이 구상한 금융분권의 철학이 구현되는 국토균형발전의 시금석이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되어야 첨단기술산업대신 금융산업을 선택한 부산시민들은 크게 밑지지 않는 일이되 었을 것이고, 우리 젊은이들이 졸업 후 고향집을 떠나는 일도 많이 막았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실상은 어떠한가. BIFC에는 거창한 KRX본사 부산이란 간판이 걸린 채 350여명의 인원만 머물러 20년 농사가 고작 이것뿐이다. 기이한일은 KRX본사 부산법조항이 지금껏 11년째 살아 있는데도 부산파생금융중심지는 크게 퇴보했고 결국 실패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제구실 못하는 KRX본사 부산이란 법조항을 지키는 일이 모든 것을 푸는 열쇠 인양 허장성세에 빠져 텅 빈 금융클러스터란 실질문제에는 눈을 딱 감고 있는 인사들의 목소리만 전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자신이 스스로 내세운 역할정체성에서 이탈하여 남의 탓으로 돌리는 관성 화된 목소리만 내고 이와 더불어 왜곡된 언로전달구조 및 일부언론의 프레임이 함께하여 파생관련 금융투자회사가 하나도 없는 일이 몇 년간 계속되는데도 문제시 안 되는 것이 오늘의 부산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산공직자들은 지난 20년간 부산이 걸어온 행적과 현재 실상은 보지 않고, 파생금융중심지 부산이란 구호만 외치고 있다.
부산시민들은 실패한 파생금융중심지를 위해 시대흐름에 맞는 첨단기술 산업이란 신산업으로의 전환기회를 희생시킨 기회비용만 떠안게 되었다. 즉 부산파생금융이 이런 식으로 실패했으니, 금융산업에서 얻은 것 없이 결과적으로 부산경제의 숙원인 지역산업의 고도화 및 혁신을 위한 절호의 기회만 날려버려 부산은 산업과 경제면에서 잃어버린 20년이 되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점은 책임진 부산공직자들에 어떤 문제의식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0년간 농사가 결국 망쳐버렸는데도 문제로 느끼지 못하면 그 농부는 망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엄연한 현실 앞에 지금 모두가 침묵한다고 할지라도 역사는 지금의 관련 공직자들에게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것이고 또한 기록되어 질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