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jpg) |
우진희
체육학과 교수
|
2018년 6월 14일 오후 6시 정각. 초여름의 상쾌한 날씨 속에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루즈니카 스타디움을 꽉 메운 8만여 명의 축구팬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고 축포가 울려퍼진다. 스물한 번째로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이 드디어 개막되었다. 개최국 러시아의 개막전 상대는 아시아의 강호 대한민국이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월드컵 공인구로 선정된 아디다스의 '마이코치 스카트볼'이 선수의 킥에 의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공에 내장된 3축 가속도 센서는 공의 속도, 스핀양, 궤적, 타격지점 등을 분석하여 블루투스로 방송사의 네트워크와 연동되고 실시간 화면으로 시청자에게 보여준다.
선수들은 SAP사의 '매치 인사이트'라는 작은 프로그램 센서를 몸에 붙이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센서를 통해서 호흡과 맥박, 순간 속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코칭스태프는 물론 시청자에게도 제공한다. 미드필더 기성용으로부터 패스를 받은 오른쪽 공격수 손흥민이 상대 선수를 2명 제치고 드리블을 하며 내달린다. 손흥민의 순간 속도와 호흡, 맥박 수가 TV화면에 나타난다. 'SAP 매치 인사이트'는 2014 브라질 월드컵 당시 독일대표팀이 사용해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전반전이 끝나고 선수들은 로커룸에서 휴식을 취하며 후반전 작전사항을 지시받는다. 동시에 스위스 식음료기업인 네슬레의 스포츠영양제 '아이언맨'을 섭취한다. 아이언맨은 선수 개인별 체내 영양소 함량을 분석하여 부족한 영양소를 맞춤형으로 즉시 제조하여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구글에서 만든 스마트 안경인 '구글글래스'를 통해 모든 선수의 생체 데이터를 모니터링한다. 후반 들어 또 다른 공격수 이청용의 움직임이 둔해졌다. 평상시 훈련에서 나타난 심박 수보다 빠르게 뛴다. 호흡도 가쁘다. 전반전에 오버 페이스한 결과라고 판단한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교체를 결정한다.
후반전 막판 러시아의 간판 공격수 알렉산드르 코코란이 결정적 찬스를 잡아 골로 연결하였으나 대한민국은 오프사이드임을 강력하게 어필한다. 순간적으로 상황을 놓친 주심은 선심과 논의했지만 판정을 내리기 모호하여 구글그래스를 통해 비디오 판독을 실시하기로 한다. 판독 결과 러시아 공격수가 반 발짝 앞선 오프사이드임이 인정돼 노골을 선언한다. 후반전 45분이 다 지나고 추가시간 5분이 주어진다. 스코어는 여전히 0 대 0. 개최국을 상대로 한 개막전에서 대한민국은 상당히 선전하고 있다. 수비수 출신의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를 두껍게 하는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네 명의 수비수는 위치 선정이 좋고 오프사이드 전술을 구사하여 러시아의 거친 공격을 잘 막아낸다. 선수들은 인도 기업 두세레테크놀로지가 만든 스마트 깔창인 '레샬'을 축구화 바닥에 넣고 뛰고 있다. 구글맵과 선수의 현 위치를 비교해 진동으로 위치를 안내한다. 그 덕분에 선수들의 공격과 수비 조직력은 그물망처럼 촘촘하고 유기적이다.
결국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숙소로 돌아온 선수들은 네슬레의 아이언맨으로 영양보충을 하고, 매치 인사이트의 피로도 분석을 통해 회복훈련에 들어간다. 훈련하는 동안 선수들은 아디다스의 스마트 밴드 '마이코치 핏 스마트'를 착용하여 심장박동, 이동거리, 소모 열량을 측정하여 최적의 운동강도로 처방받는다.
정보통신기술을 생체 또는 사물에 연결하여 정보를 얻게 되면서 웨어러블 센서 기술이 차세대 유망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기술을 통해 축구 등 스포츠 중계는 새로운 관전 재미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가까운 장래에 팀 간 득점경쟁보다 선수들의 움직임이 쏟아내는 생체정보와 개인 기록에 더 흥미를 갖게 될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