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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임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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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 연희문학창작촌에서는 이색 파티가 열렸다. ‘문학, 번지다’ 프로그램의 일환인 ‘문학키친’의 종강 자리였다. 독자 10명이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을 직접 요리해 음미하며 주인공의 심리와 서사의 흐름을 체험하는 기획이었는데, 마지막 시간에 재현한 식탁은 나의 단편 <저녁 식사가 끝난 뒤>였다.
음식이 소설에서 의미심장하게 등장하게 된 것은 21세기에 들어와서이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예비평가인 E M 포스터의 견해에 따르면, 소설에서 음식의 역할은 등장인물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미미한 정도에 불과했다. 포스터가 대상으로 삼은 소설들이 20세기 전후에 생산된 작품들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드물었다.
음식으로 주인공의 심리를 대변하고 서사의 흐름을 진전시키는 유럽의 인상적인 소설들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그리고 로알드 달의 <맛> 등이 있다. 프루스트는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셔 마들렌을 한 입 베무는 순간 어린 시절 그 과자를 내주던 시골 고모 댁이 떠오르면서 그 시절의 에피소드들이 뭉게구름처럼 끝없이 피어나는 거대한 회상담을 펼쳐 보인다. 그라스는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작가답게 주인공 오스카 어머니의 비정상적인 사랑의 상징물로 뱀장어를 등장시켜 광적으로 일그러진 장면을 연출한다. 이야기꾼 달은 초대객 프랏이 와인 생산지를 알아맞히는 내기에 주인집 딸을 걸도록 유도한다.
한국 소설에서 음식이 의미심장하게 각인된 것은 김채원의 <겨울의 환>에서의 동치미이다. 이 소설에서 동치미는 프루스트의 마들렌에 버금가는 기억(환각, 헛것)의 매개체이다. 21세기 들어서는 보다 다채로워지는데, 천운영의 <멍게 뒷맛>에서 옆집 여자가 남편에게 매를 맞고 내게 와서 함께 먹는 멍게의 도돌도돌하고 새곰한 맛, 김애란의 <하루의 축>(2012)에서 청소부 기옥씨의 고단한 삶과 대비되는 프랑스 전통 과자 마카롱의 ‘깊고 그윽한 단맛’, 천명관의 <퇴근>(2014)에서 노숙자 아비 앞에서 어린 아들이 허겁지겁 먹는 햄버거, 그리고 김영하의 <아이를 찾습니다>(2014)에서 유괴당했다 되찾은 아들의 입맛을 확인하느라 주문한 짜장면 등 다양하다.
이번 문학키친의 종강 작품인 <저녁 식사가 끝난 뒤>(2012)는 순남씨 부부가 바다색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시간에 맞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지인들을 초대해 저녁 식사를 대접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초대객들은 세상을 떠난 P선생을 매개로 맺어진 인연들로, P선생을 추모하는 형식의 자리인 셈이다. 문학키친의 독자들은 소설 속 순남씨 부부처럼 음식을 만들어 지인들을 초대했고,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었다. 때로 소설이 삶을 이끌기도 하는데, 문학키친의 저녁 식사 초대가 그러했다. 다음은 어떤 소설이 뜻밖의 만남을 기약할지 사뭇 기대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