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학춘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
메르스 사태의 본질은 무엇이며, 그 대안은 무엇인가. 메르스는 하나의 전염병균이며, 감염된다고 해서 바로 사망하는 치명적인 전염병도 아니다. 그러나 과도한 집중보도로 일반 국민이 패닉에 빠져 사회가 정지된 느낌이다. 누구를 위한 연속 중계보도인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취지의 메르스 사태의 지속적 확대재생산으로 일반국민의 일상생활이 제한되어 국가경제가 마비사태에 이르렀으며, 이 결과 소상공인, 중소기업, 그리고 병원이 부도의 공포에 직면하고 있다.
메르스 병원균에 대하여 우리가 공포감을 느끼는데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올 리가 없다. 수많은 음식점과 병원에도 고객이 크게 줄었다. 메르스는 하나의 불행한 사건일 뿐인데 이로 인하여 발생한 수많은 사업체와 가계의 손실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만일 국가가 책임진다면, 어떠한 기준으로 얼마나 보상할 것인가?
작은 메르스사태가 눈사람처럼 커졌는데도 정부는 여기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없이 의료대책만 마련하고 있으니, 일반국민들이 느끼는 위기감이나 절망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우리 정부는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믿고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 유럽, 그리고 중국과 FTA를 체결하였고, 이 결과 외국기업이 관세장벽도 없이 한국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완벽히 만들어 주었다. 메르스 루머로 한국의 수출이 줄어들게 되면 우리 기업도 어렵게 된다. 작은 메르스와의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커다란 한·중·일 경제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한 국가의 위기는 상대국가에는 희소식이다. 한국 사회의 최대 문제는 모든 부문에서 위기관리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모든 권력을 상부기관이 독점하고 있고, 현장전문가를 경시하기 때문이며, 문제를 거시적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본질은 안전이 아니며, 메르스의 본질은 의료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 문제이다. 작은 메르스로 국가가 마비된다면, 큰 위기 발생 시 우리는 생존자체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우리는 위기에 있어서 모두가 정쟁을 중단하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누구라도 외부의 적 앞에서는 내부 단결이 되어야 한다. 국가의 위기 앞에서는 여당과 야당이 없다. 이 점에서 야당 대표가 22일 여·야·정 고위비상대책회의 구성을 제안한 것은 모처럼만에 신선한 소식이다.
둘째, 여야가 추천하는 위기관리 태스크포스 팀을 시급히 만들고, 팀장이 모든 권한과 책임을 지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이라크전쟁 때 사령관 뒤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사진이 현장지휘자의 중요성과 파워를 상징하고 있다.
셋째, 메르스 사태의 집중적 보도는 이제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소식이 있는데 메르스만 보도하면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나쁜 소식은 작게, 좋은 소식은 크게 다루어야 사회가 밝아진다.
넷째, 하루바삐 분야별 위기사태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 가동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이든지 위기는 학습이 되지 아니하므로 사전에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메르스 사태로 국내에 오는 크루즈선은 10월까지 예약을 취소하고, 일본으로 항로를 변경하였다. 부산의 거리와 시장이 한산하다. 한번 돌아간 관광객은 돌아오지 않는다. 경제전쟁에 패배하면 우리 가계와 사업장, 기업은 갈곳이 없게 된다. 국가와 사회의 지도자는 자신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서 존재하고 행동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