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매일/오피니언] 연금술사들로 가득한 연금개혁 - 박상흠 법무·감사실 팀장 2015-06-04 오전 11:3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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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매일/오피니언] 연금술사들로 가득한 연금개혁
- 박상흠 법무·감사실 팀장

 

 
   
 

박상흠
법무·감사실 팀장

  멜더스는 목사였다. 프로테스탄트가 미래를 예측하는 힘 때문에 자본주의의 선봉장이 됐던 것처럼 그 또한 그러했다.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와 산술평균적인 식량증산 불균형이 빚을 인류의 종말. 국가는 그의 미래설계도를 종교로 받아들이고 저출산을 장려하고 각 가정마다 소산이 미덕임을 홍보했다. 그런데 그의 전망은 어긋났다. 의료기술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발달이 그가 그린 암울한 캔버스 위에 밝은 색을 덧칠해 준 것이다. 현시대의 인류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체인구에서 노령 인구비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출산율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는 기현상이 발생고 있다. 즉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인구고령화는 필연적으로 연금제도 개혁을 운명적으로 맞닥뜨리게 한다. 저출산과 기대수명의 증가가 빚어내는 초고령화는 인구부양비를 높이고 연금제도 자체의 위협으로 작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의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공무원연금 역시 이같은 현실의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의 공무원연금이 도입된 시기는 1960년대이다. 이 제도는 공무원 재직중 낮은 보수에 대한 보상, 퇴직금, 상호부조 등의 성격을 가진 종합세트였다. 그런데 당시에 구상했던 설계도는 불측의 난관을 맞이해 현시점에서 수정궤도를 만들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당시 52세의 평균수명과 대기업 근로자 임금의 48% 급여 수준을 가진 공무원 乙은 30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101만명으로 늘어난 오늘날의 乙들은 대기업 근로자 수준의 봉급을 받고 82세의 평균수명을 기대할 수 있다. 어쩌면 공무원의 생애보수가 일반근로자보다 높기 때문에 당초 임금대체적인 성격으로 도입된 공무원연금제도의 필요성은 그만큼 절감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변화는 공무원연금을 운영하는데 심각한 재정압박을 초래했다. 현재 재정수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투입되는 정부보전금은 2조원을 상위하고 2020년에는 10조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정부의 예상으로는 2060년에 공무원연금기금은 고갈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위험을 예방하는 대책을 세우기 위해 국회는 지난 7개월 동안 여야와 공무원 노조의 협상을 진행했다. 결국 숱한 진통을 거듭한 끝에 5월 28일 새벽 3시에 개정법률안은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연금수급개시는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고, 기여율은 향후 5년간 7%에서 9%로, 지급율은 향후 20년간 1.90%에서 1.70%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개정법률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5월초 여야는 공무원연금 논의 진행과정에서 국민연금 기존 소득대체율 40%를 50%로 상향조정하자는 내용도 포함시키자는 합의를 덜컥 한 것이다. 청와대의 제동으로 이를 취소한 것은 다행이다. 공무원연금이 고갈될 수밖에 없는 미래가 걱정되어 대책을 세우자던 국회가 국민연금까지 논의의 대상으로 확장한 점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낮추자는 것도 아닌 높이자는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족한 연금재정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세율을 높여야 하는 것은 필연적인 사실이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재정과 지출간의 균형점을 탐색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율, 임금상승율, 투자수익률, 인구역학관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고려해 정확한 계산을 시도해야 함에도 국회는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은 생략한 채 ‘연금은 수급자에게 많이 지급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다'라는 명제를 들이대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누가 이에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런데 연금의 재정은 어떻게 확충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대해서는 국회는 어떤 답변도 내어놓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선전은 과거 연금술사들이 자신들은 금속을 금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는 속임수를 연출한 것을 연상케 한다. 국민들로서는 예측불가능한 국회의 협상과정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법률적으로 장래에 발생하는 연금채권의 수급범위에 대한 연금법개정을 부진정소급입법에 해당하며 신뢰보호의 원칙이 준수돼야 함을 판례는 명시하고 있다. 신뢰보호의 원칙이 준수되기 위해서는 국회는 법률개정과정에서 관련법률의 수혜자인 국민에게 정확하고 충분한 설명을 할 설명의무가 있다. 국회는 앞으로 추가적으로 논의될 연금개혁에서 연금술사와 같은 협상과 선전으로 예측불가능한 미래를 조장해서는 안된다.
예측실패는 멜더스로도 충분하다. 결국 연금개혁은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개혁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 정직한 현실고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명심할 점은 연금술사들로 가득한 연금개혁은 참담한 미래를 만들게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2015.6.1.(월) 울산매일 19면 / 기사 전문 보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