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나랑
경영문제연구소
학술연구교수 |
가장 품질이 좋은 기저귀를 만들기 위해서 기업은 누구를 찾아가야 할까. 대부분의 기업은 기저귀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만들어온 기업 내 전문가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기저귀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마도 아이를 키우거나 키워본 경험이 있는 엄마들일 것이다.
필자가 강조하는 학문에 대한 자세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학문을 위한 학문이 아닌 實事求是형 학문 연구, 다른 사람의 경험과 학문의 근원이 되는 현장 중심형 학문 연구다.
필자가 관심 있어 하는 연구 주제는‘벤처창업’에‘공동 가치창출(Co-creation)’전략을 융합하는 것이다.
오랜 경기침체로 상아탑이 돼야 할 대학은 어느새 스펙을 위한 취업학교로 변질되고 있으며, 도서관은 학문적 탐구를 위한 곳이 아닌 각종 자격증과 어학 공부 등 소위 스펙을 만들기 위한 곳으로 바뀐 지 오래다. 정부는 국정기조를 창조경제로 규정하고, 높은 청년실업 해결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마련했다.
여기서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벤처창업을 활성화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20대 창업률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 기존 정부의 청년 창업 활성화 정책이 효과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즉 성공적인 창조경제를 위해서는 벤처를 준비 중이거나 운영하고 있는 청년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점을 해소해줄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면서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정책은 탁상공론으로 현장과 동떨어진 학문을 위한 연구가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는 다양한 벤처창업자들을 만나 소통하고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구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적, 국가적 경계와 시공간을 뛰어넘어 아이디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해 주는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및 협력의 기회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다른 개인들의 경험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기업도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해 소셜 네트워크 속에서 소비자들의 경험을 적극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Co-creation 개념이 떠오르고 있다. Co-creation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아래 기존의 기업 내부 및 전문가 중심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소비자들과 사회가 원하는 것을 기업 내부와 외부의 협력자들과 같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벤처 창업과 공동가치 창출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벤처 창업이라는 화두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벤처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기업을 운영 중인 젊은이들을 만나서 그들의 경험을 듣고 거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소통을 기반으로 함께 문제를 풀고 가치를 창출하는 Cocreation이 가장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구가 시작된 후 여러 벤처 창업자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과정을 들여다보고, 서로 토의하면서 기존의 연구와 정책 보고서에서는 알 수 없었던 애로점과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현장으로 달려가 발로 뛰는 연구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실사구시적 방법은 연구 결과가 도서관에서 사장되지 않고 현장에서 살아 숨 쉬고 또 다른 현실적인 연구 문제를 끄집어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답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에 오늘도 벤처 창업자들의 경험을 들으러 연구실 밖을 나서 본다. 이런 나의 연구를 위해 좋은 기회를 준 한국연구재단에 감사 인사를 드리며, 또 다른 학문 후속 연구자들을 위한 좋은 기회가 계속 되기를 기대해 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