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기식 비서실장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2015년 을미년 한 해를 분주하게 맞이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설 연휴가 코앞이다. 이맘때쯤이면 연초 다잡았던 마음가짐이 다소 풀어져 다시 한 번 재정비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해진다. 이에 지난해 주요한 뉴스 중 최근까지도 우리 사회에서 무게 있게 다루어지는 몇몇 사건들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우선 지난해 4월에 일어났던 세월호 사고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아픔을 던져 주었다. 그날 아침 우연히 포털 사이트에서 속보로 본 조난 소식이 우리 사회에 이렇게 큰 파문과 울림을 줄 것인지 당시에는 감히 예측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실종자 수색, 구조 소식과 함께하며, 우리사회 구성원들은 마음으로 응원하기도 하고, 실제 다양한 영역의 자원봉사를 지원하며 성숙한 시민의식을 드러냈다. 아쉬운 점은 여태까지도 9명의 실종자를 남긴 것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의 갈등과 대립이라 하겠다. 사고가 발생하면 언제나 명명백백히 원인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피하지 못한 사고를 바탕으로 재발을 방지하고, 사회 시스템을 정비해 한층 나은 사회로 나아가야 할 텐데, 우리 사회는 이런 뒷심이 부족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9·11 테러 사태 이후 미국이 보여준 일련의 과정은 무언가 가슴을 묵직하게 만든다. 사태를 수습하고, 구조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진단해 재난현장 지휘시스템을 전격 변화시켰다. 이전까지 경찰국과 소방국이 각각 지휘하던 재난현장을 일원화해 재난관리 컨트롤타워인 국토안보부를 신설하고, 재난관리를 위한 재난통제시스템이라는 매뉴얼을 만들었다. 또한 대외적으로 테러에 대한 엄격한 대응을 공표하며, 사회 결속을 다져나갔다. 분명한 것은 사태 이후의 과정에서 흐르는 긍정적인 공동체의 기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사실 할리우드 영화의 면면을 보면, 이제는 관객들도 식상한 듯 비웃지만 테러범, 우주괴물, 천재지변 및 재난들과 싸워내는 일반시민에서 대통령에 이르기까지의 주인공들, 다양한 인물들이 결국에는 그들이 속한 공동체를 위해 크고 작은 역할을 해 내며 그들의 사회를 지켜낸다는 것이다. 터무니없이 비대칭적 힘의 불균형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민족, 인종 등으로 구성된 '그들'이 사회를 구해낸다는 이 단순한 서사 구조가 오늘날까지 강하게 버티는 그들 국가의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한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도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된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특별조사위원회가 조속히 출범해 바른 결실을 맺어야 할 것이다.

  또한 연말에 이어 최근까지 무겁게 던져진 주요 뉴스로 입헌 이래 최초의 '정당 해산'이라는 키워드를 꼽을 수 있다. '최초'나 '최종'이라는 단어가 시작과 끝 이외에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중의 뜻이 있는 탓에 무게감이 실려 보도되어 과중해진 면이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러한 사건을 조망할 때 우선은 주어진 법제도 내에서 판결한 사항의 객관적 사실에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갖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한 사실이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는 판결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정당 해산의 요건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이때 판결문에 등장하는 '사회주의'라는 용어를 곡해하면 곤란하다. 북한은 사회주의로 출발했을지라도, 현재의 세습왕조 체제, 사법체계의 미비, 계급 간 갈등을 넘은 착취, 정부 권력에 의한 인권 유린 등은 UN이 경고할 정도로 치명적 위험 수준에 달해 있다. 달리 마땅한 표현이 없어 '북한식 사회주의'라 하지만, 고유의 북한 체제 정도가 맞지 않을까 한다. 사회주의 이론과 궤를 한참 달리한 북한 체제에 대한 편승과 이를 위한 활동은 현재 우리 헌법 상 위배되어 절차에 따른 과정을 이행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선동 유죄, 내란음모 무죄 판결로 또 한 번 사회가 혼란을 겪었다. 이를 두고 또다시 정치쟁점화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으나, 법치에 의한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외국사례에서의 정당 해산과 같은 경우 당시의 법 판결에 대한 사회의 성숙한 존중을 엿볼 수 있다. 독일은 사회주의제국당과 독일공산당에 대해 해산 판결을 내린 바가 있고, 스페인에서는 지역 분리를 주장한 '바타수나'에 대해 위헌 판정이 내려져 해산한 경우도 있다. 위법 행위에 의한 판결이 주어진 만큼 이후 더 이상의 혼란을 자중하고 제도를 성숙시킬 때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긍정적 시민의식을 밑바탕으로 더 나은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