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희 체육학과 교수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남자 연예인들은 복부에 '식스팩'을 가져야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식스팩은 복부근육이 마치 여섯 개의 캔 음료 한 묶음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예인들은 방송에 출연해 자신들이 힘들게 가꿔온 힘줄과 근육을 한껏 과시한다. 연예인들뿐만 아니다. 준수한 외모는 기본이고 식스팩은 성공한 남성의 필수조건이 됐다.

  사실 연예인들의 몸 근육은 여성에게 흠모의 대상이고, 근육이 빈약한 남성에게는 부러움과 감탄의 대상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근육은 건강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근육은 힘을 내게 하고 우리 몸을 지탱해주며 지방을 태우고 당분을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근육이 빈약하면 힘이 없고 자주 넘어지며 지방이 쌓여 뚱뚱해지고 혈당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식스팩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근육은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나이가 듦에 따라 근육은 몸에서 빠져나간다. 30대부터 근육 손실이 시작되고 50세 이후에는 해마다 약 500g의 근육이 사라진다. 인체 내 근육이 가장 많은 허벅지도 나이가 듦에 따라 근육이 빠져나가는데,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다리가 가늘어지고 하체에 힘이 없어져 쉽게 넘어지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만성질환도 문제지만 하체 부실로 인한 낙상사고도 큰 문제다.

  특히 골밀도가 낮은 상태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대형사고가 된다. 이럴 경우 대부분 복합골절로 인해 여생을 침대에서 보낼 수도 있다. 따라서 근육운동은 무병장수를 위해 꼭 필요한 운동이다. 식스팩이 외모를 따지는 유행의 일종이라는 것이 못마땅하기는 해도 근육운동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젊은이들을 집착게 하는 또 다른 유행이 있다. 바로 'S라인' 열풍이다. 그런데 S라인은 식스팩과는 달리 우리 신체에 아무런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평생 건강을 망치는 주범이다. 젊은 여성 연예인들의 말도 안 되는 S라인 따라잡기로 인해 우리나라 10·20대 여성 대부분이 '다이어트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자는 1200명의 여대생을 대상으로 자신의 외모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바 있다. 이 조사에서 정상 체중인데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49%였으며 심지어 저체중인데도 다이어트를 하는 여대생이 58%나 됐다. 국민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10대는 73%, 20대는 67%에 달한다. 즉, 운동은 하지 않으면서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으로 마른 체형을 가지려는 경향이다.

  운동 없이 이뤄지는 극단적인 다이어트는 결국 근육 감소와 골다공증으로 이어진다. 폐경기 이후 한국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2011년 기준으로 33%에 달해 미국보다 3배 이상 높다. 왜 그럴까? 아마도 생활습관에서 오는 차이가 가장 클 것이다.

  식생활과 운동 습관은 성장하면서 가정 학교, 그리고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아 굳어진다. 요조숙녀로서의 정숙하고 얌전함을 강조해온 전통, 입시경쟁에 따른 편향된 교육,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과도한 다이어트 등이 습관화되어 우리나라 중년기 여성들의 뼈 건강을 위협하는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