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허정 국어국문학과 교수 |
타인의 고통을 자신과 무관한 남의 일로 분리시키지 않고, 거기서 자신과의 공통성을 찾으려 하고 있으며, 연민과 동정을 넘어 이를 자신의 아픔으로 끌어안으려는 공감의 사유를 펼치고 있다.
백년어서원은 필자가 근무하는 학과에서 학생들을 인턴으로 파견하고 있는 사업장의 한 곳이다. 학과 학생들이 저자로 참여한 책은 위의 책 외에도 2권이 더 있다. '작은 도서관, 날개를 달다'(2012년)에는 9명의 학생이, '폭력의 오후'(2013년)에는 5명의 학생이 저자로 참여했다.
현재 부산지역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세계인문학포럼 등과 같은 국제적인 규모의 문화 관련 행사가 치러지고 있으며, 다양한 문화단체가 지역을 거점삼아 문화운동을 의욕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인턴 프로그램을 학과에서 구상한 데에는 부산에서 점증하고 있는 문화 관련 사업과 지역 문화 단체를 이끌어갈 인력들을 지역대학에서 양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리고 인턴 프로그램이 지역문화에 뜻이 있는 대학생들과 지역문화단체를 잇는 채널 역할을 해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문화 관련 직종에 뜻을 둔 인문대 학생들에게 문화단체를 소개해주고, 이들이 현장에서 그 일을 몸소 체험해보고, 가능하다면 여기서 얻은 경험과 인연이 진로모색이나 취업으로까지 이어져, 지역문화를 이끌어가는 문화 인력이 지역의 대학에서 양성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 인문대 학생 대다수는 미래가 안정적으로 보장되는 공무원 임용이나 월급이 많은 기업입사를 갈망하고 있는데, 문화 관련 직종 쪽으로 활로를 뚫게 되면 인문대학 특유의 취업활로를 개척하고, 지금의 취업풍토에 자극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를 실천·향유하면서, 현재의 삶이 놓치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접하고 스스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바꿔나가는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공존이라는 모험'의 학생 글들은 바로 그러한 성찰과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 시대의 청춘들이 이러한 점을 경험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동반성장하거나 신뢰해야 할 동료마저 경쟁에서 물리쳐야 할 적대적 타자로 간주하게끔 만드는 상황, 각자의 영역에서 원자화된 채로 자기계발에 치열하게 몰두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 그들은 점점 더 내몰리고 있는 것 같다. 책 제목과 같이 한국사회에서 공존은 이제 감행해야 할 모험이 되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 문제일까? 대학을 비롯하여 한국사회에서 인문학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