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석 국제전문대학원장

  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사람들은 선거를 왜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 물론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는 그래도 국가의 미래가 내 손에 달려 있다는 의무감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도 많이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방선거는 별로 그렇지 않다. 실제로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은 대개 70%가 넘지만, 지방선거는 50% 수준을 넘기기도 버겁다.

  그 이유는 유권자들이 선거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을 불필요한 낭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험상 선거가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느끼는 시민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지역이슈가 없기 때문이다.

  유권자 관심 못 끄는 이유 새겨야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의 주된 관심은 후보 선정이었을 뿐이었다. 여야는 예전과 다름없는 정당공천을 하게 되었고, 이제는 공천 방식만이 논란이 된다. 따라서 시민들은 자신과는 무관한 정치인들의 세력다툼이나 아전인수격 주장들을 보며 냉소적으로 되기 쉽다. 공천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 혼란과 과다하게 많은 후보 난립도 냉소적으로 되는 원인일 것이다. 심지어 시장·도지사를 뽑는 광역선거에서는 마치 대통령선거 같은 분위기를 띄워 득표율을 높이려 하거나, 후보단일화 선거 구도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에 지방선거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나기도 한다.

  지금까지 6·4지방선거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하면 첫째, 서울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정당 간의 치열한 경쟁이나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정당 간의 대결 요소가 사라지게 되면 자연히 후보들의 개인 역량을 내세우게 된다. 이런 개인 단위의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유권자들이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둘째, 후보들의 지역공약이 너무나 유사하고 판에 박힌 듯해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예산 재량권이 거의 없는 구청 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대단히 제한적이어서 사실 기초의원이나 시의원이 내세우는 비슷한 지역현안 공약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처럼 '열심히 하겠다'고 지역공약을 남발하고 있는 형편이니 시민들은 이런 말의 성찬에 냉소적으로 된다. 그것이 힘 있는 시장, 능력 있는 구청장, 시민대연합, 혹은 해양플랜트나 기업유치를 이야기하든, 더 나아가 신공항, 부산독립, 해양수도, 부산 대개조를 주장하더라도 시민들에게는 별로 감흥이 없다.

  마지막으로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반대 논의가 거의 없는 현실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행 선거제도에서는 공약에 대해서 검증하는 장치가 거의 없다.

  그나마 광역단체장의 경우에는 조만간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매니페스토 운동으로 검증하겠지만 때로는 편향적이라고 의심 받아 그 효과는 그다지 높지 않다. 구청장이나 지방의원의 경우에는 이런 시도조차 거의 없고 어쩌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공약에 대한 비교평가 순위를 발표할 수도 없기 때문에 효과적인 검증 자체가 대단히 어렵다.

  정책공약에 대한 거침없는 논의가 필수적

  그렇지만 선거를 통한 지방자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요 정당이 앞서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재미있고 참신한 정책공약이 많이 나오게 해야 한다. 비록 그것이 실현가능성이 낮다거나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다수 시민들에게 중요하게 다가올 때 지방자치는 비로소 존재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느 후보에 의해 제기된 산복도로 에스컬레이터 설치나 낙동강 재첩 복원, 대규모 카지노 유치 같은 공약은 시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이슈들이다. 심지어는 각종 무상시리즈인 급식, 교복, 버스, 지하철, 입장료, 통행료 등에 대한 공약도 괜찮다.

  늦었지만 더 파격적인 정책공약이 나오고 이에 대한 거침없는 논의가 확대돼야 한다. 공약에 대한 시민들의 심판이 표로 연결될 때 지방선거가 살아난다. 지방선거가 시민들의 관심을 얻는다면, 계속 쇠락하고 있는 우리 지방도시의 살아갈 길도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