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신문/시사프리즘] 캐머런식 정치의 교훈 - 황기식 (비서실장/국제전문대학원 교수) 2014-01-20 오전 10: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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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시사프리즘] 캐머런식 정치의 교훈
- 황기식 (비서실장/국제전문대학원 교수)

 

 더 많은 권한·선택권 지역사회에 주고
주민 본성을 믿어야 지자체 변화 이룰 것
 
 
   
 

황기식 비서실장
국제전문대학원 교수

  2014년이 시작된 지도 벌써 스무 날을 맞았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으레 있는 현상이지만, 올해 유난히 심해 보이는 것은 선거 규칙을 둘러싼 각축 때문이다. 구의회 폐지안부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까지 당면한 선거의 룰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어지러운 상황에서는 자칫 후보들의 정책 면면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어렵게 되기 십상이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공략의 차이점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지방에 살고 있는 주민이 느끼는 변화는 어떨까.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 지역축제를 개발하고, 관광 여건을 개선시킨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행정 역량을 집중해 어느 도시하면 특정 정책을 떠오르게 하는 성공적인 자치 사례도 있다. 반면 무분별한 개발 정책으로 지자체 파산 제도의 도입까지 언급되기도 한다. 지방자치제가 탄생한 지 20년, 사람으로 치면 약관의 나이로 보호 시기를 지나 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됐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 가야 할까.

  
지자체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흔히 예산이라고 여기고 있으나, 조금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세입을 늘리고, 세출 분야를 관리한다는 단순한 구조로 파악하는 접근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회 모든 분야가 21세기의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해가고 있는데 유독 정치와 행정 분야만이 통제된 관료체제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세입의 증액 없이 효율적으로 예산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 정치·행정 체제에 관해 주민이 관심을 가지고 직접 참여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가 제시한 보수당 정치철학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캐머런식 정치는 우선 국민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스스로의 삶을 주도해 나아갈 수 있게끔 선택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지금 같은 풍부한 정보량과 놀라울 정도의 정보전달 속도는 이를 가능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보수당은 7190억 파운드(약 1200조 원)가 넘는 국가 전체 예산이 한 푼 한 푼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하면 관련 직종 종사자들이 이를 확인하고 어떻게 지출을 줄여나아갈 수 있을지, 내가 얼마나 절감된 가격에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게 된다.

  
두 번째 캐머런의 정치철학은 인간 본성에 대한 믿음에 있다. 정치가가 원하는 대로 주민을 바라보지 말고, 주민이 있는 그대로 대하라는 말이다. 행동경제학의 측면에서 볼 때 인간 본성 자체에 대한 신뢰가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참된 참여와 동참을 이끌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를 이끌 인물들이 이 같은 두 가지 요소만 실천하더라도 지자체는 개혁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도 단위에서 세입과 세출을 투명하게 공개해 주민과 함께 고민한다면, 정보가 갇힌 상태에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예산의 혁신을 실현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를 아끼자' '쓰레기 재활용에 동참하자' 같은 캠페인을 통한 결과보다는 직접 동참해 제어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이 직접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주민이 참여한다면 전문가 초빙 등으로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가능할 일을 간단히 해결할 수도 있다. 사용자가 직접 참여해 만들어 가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어'의 사례가 이러한 분야에도 응용되고 있다. 예컨대 내가 사는 지역의 맛집, 유명한 관광 장소를 소개하는 여행전문가의 글을 보고 일부는 공감하지만 일부는 별로라고 생각한 경험이 있다면, 지자체에서 나설 필요가 있다. 지역민이 참가하는 섬세한 온라인 서비스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정치철학이나 신념이 정보전달의 혁신 기술과 맞닿아 지자체 정치와 행정·공공서비스를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아갈 수 있다. 이제 지방자치의 시대를 넘어 지방정부를 운영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견고히 할 때다.

 [2014.1.20.(월) 기사 원본 보기]